[사설] 대외 문제 결정땐 국가·기업의 이익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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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2   |  발행일 2019-07-12 제23면   |  수정 2019-07-12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파장이 점입가경이다. 이전의 역사·정치 갈등에 경제 갈등까지 더해져 꼬여가는 형국이어서 문제다. 일본은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가 북한에 유출됐다’는 둥 한국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 국민도 일본 제품 불매 등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전례 없는 비상 위기상황 극복에 정·관·재계가 총력을 모아야 하겠지만 나라를 움직이는 지도자와 정치권의 자성이 촉구된다. 위정자들이 대외적인 현안 결정 때 국익과 기업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았다는 반성이 가장 뼈아프다. 일제 치하 36년을 겪은 우리 국민은 감성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별개로 지도자들은 대외 문제는 신중히 국익을 따져 결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조치 등 이명박·노무현·박근혜정부까지 지난 십수년간 대일 정책과 대응이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일본을 자극해 온 게 사실이다. 작금 일본의 무역 보복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책임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이번 무역 보복의 빌미는 한국 사법부의 판결이다. 대법원은 2012년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일본 신일본제철이 제기한 재상고에서 징용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그 전에 한국 정부는 일본과 협의해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6년여 세월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17년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약했다. 정치인들의 득표를 위한 강경한 처신이 양국간 불화를 누적시키는 데 일조한 것이다. 현 정부도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은 소극적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없다는 데에 있다. 지난 10일 총자산 10조원 이상 30개 대기업 총수와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두시간여의 대책회의에서도 수입선 다변화 및 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한국은 지난 9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 긴급 안건으로 상정, 국제 여론전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국익과 기업의 형편을 우선시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면서 일본의 신뢰 복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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