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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낭만, 그리고 흥…향촌동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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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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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향로드’를 걷다(하) 향촌동 랩소디

빛바랬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대구문학의 풍류

지난 100년 딛고 새로운 詩 파종 ‘향촌문학살롱’

고색창연한 카페 앉아 젊음과 늙음 동시에 조망

20C초 한국 문학 중심지 되새긴 ‘대구문학관’

저 골목에선 조금은 두리번거려야 제맛 아닌가. ‘공구의 성지’로 불리는 북성로. 나는 북성로 골목에서 향촌동 골목으로 건너왔다. 북성로 골목에 햇빛이 밀물로 오고, 달빛은 슬쩍 향촌동 위에서는 ‘썰물’로 겹쳐진다. 그래야 산업과 예술이 한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북향로드에선 두 골목의 쿵짝이 너무 잘 맞다.

북향로드 하편, 난 그 타이틀을 ‘향촌동 랩소디’로 정했다. 누군 향촌동에서 술판만 읽고간다. 하지만 그 술판의 배후에 초강력 문학적 낭만이 포진해 있다. 이 취재를 위해 나는 향촌동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자주 탔다. 빛바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대구문학과 풍류의 콘텐츠를 하나씩 수집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요즘 향촌동을 시적으로 탐구 중인 세 명의 시인이 있다. 이하석(대구문학관장)·이향·김수상 시인. 셋의 연결고리는 ‘향촌문학살롱’. 지난 100년을 딛고 그리고 앞으로 100년의 향촌동 문학을 시적으로 품기 위해 매월 둘째 화요일 향촌동 카페 ‘고(GO)’에 모인다. 카페 고의 별칭은 ‘고우(古友)’. 누구라도 여기 오면 다들 벗이 된다. 지난 3월부터 이향 시인을 필두로 송재학·변홍철 시인이 이 살롱에 초대됐다. 오는 15일에는 박미란 시인이 초대될 계획이다. 시민들도 1만원 내고 참석하면 된다. 지난 세월 향촌동이 내뿜은 낭만과 그 흥취는 지층이 상당히 두꺼워 세밀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향촌동과 향촌동 속살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그래서 셋은 대구문학의 심장부를 만나기 위해 향촌동이란 이름의 ‘문학탄광’을 파내려 가기 시작했다. 향촌문학살롱은 풍경과 이념을 융복합시키는 중이다. 자본의 심장에 영혼의 영토를 구축하거나 삭막한 향촌동에 새로운 시를 파종해 보려 한다.

셋은 카페 ‘고’ 2층을 무척 아낀다. 다른 커피숍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낮술에 취한 이상 시인이 1920년대 버전의 표정으로 구석자리에 앉아 있을 것 같은 살롱 풍의 카페다. 예전 한옥 벽체와 서까래는 고색창연해 그대로 살려두었다. 남쪽과 북쪽은 모두 통유리창 존이다. 남쪽으로 난 통유리창 쪽으로 눈길이 자주 갔다. 돌아올 수 없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경상감영공원 실버들 때문이다. 홀로 남은 벤치 같은 모습들이다. 그들의 굼뜬 실루엣이 상대적으로 열기어린 카페 ‘고’와 부딪히면 묘한 뉘앙스를 준다. 그게 셋에겐 시상(詩想)의 원천이다. 짚으로 엮은 정자, 그리고 잘 가꿔진 대나무, 살구, 매화, 벚나무 등이 머리 맞대고 살고있다. 봄날에는 정말 ‘꽃대궐 카페’가 된다.

이 곳은 오는 세월과 가는 세월, 대구의 젊음과 늙음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망루다. 2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좁다란 골목. 언뜻 인도의 바라나시 뒷골목과 비슷한 울림을 준다. 바람이 건듯 불면 드리워진 45개의 백열전구가 방울꽃처럼 흔들거린다.

카페 ‘고’는 이향 시인이 입양한 공간이다. 그녀는 남편 때문에 오래 고령에서 살았다. 현재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에 책과 문학의 밤이 있는 신개념 카페 ‘르미제’를 운영한다. 대가야고분군을 차경(借景)으로 품고 있는 르미제의 가치를 알기에 도심재생산사업의 일환으로 경상감영과 맞물린 다 허물어진 한옥 한채를 품은 것이다. 이 시인은 요즘 카페 ‘고’ 때문에 대구 원도심을 자주 기웃거리는 게 너무 신난다. 특히 중앙로 좌우에 산재한 별별 구제옷 가게를 순례하며 각종 빈티지 소품 등을 사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괜찮은 카페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향촌동 골목 한 편이 이렇게 훤해지다니…. 그게 향촌문학살롱의 노림수 아니겠는가. 카페 맞은편 식당 ‘태양영양국수’의 여주인, 그리고 북카페 ‘대구하루’, 이자카야 ‘오사카밥집’, 북성로 공구를 모티프로 한 베이커리카페 ‘공구빵’, 한옥 카페 ‘%’, 퓨전 이탈리안 레스토랑 ‘心(심)full’, 일식카페 ‘2Chance’ 등은 사실 카페 ‘고’와 이웃사촌. 다들 펀(Fun) 마인드가 출중하다.

지근 거리에 대구문학관이 ‘인문학 등대’처럼 서 있다. 셋에겐 이것 또한 위안이다. 지난 세월이 녹아든 향토 문학서적을 여기 오면 웬만한 건 다 열람할 수 있다. 백기만 시인이 1951년 자신의 주도로 편찬한 ‘상화(이상화 시인)와 고월(이장희 시인)’도 여기에 와야만 볼 수 있다.

문학관은 옛 건물을 되살려 입주했다. 1912년 대구 최초로 건립된 일반은행인 선남상업은행(훗날 한국 상업은행 대구지점) 건물이다. 그래서 더 유서가 깊어 보인다. 1~2층은 향촌문화관, 3~4층은 문학관이다. 20세기초 아련한 대구예술문화의 한 편린을 간직한 수장고라 할 수 있다.

향촌문화관은 6·25전쟁기 대구로 집결된 한국문학의 낭만시절, 그리고 1950~60년대판 ‘Made in Daegu’가 부착된 물건과 가게 등을 추억 버전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 연장에 있는 게 바로 중부경찰서 동편에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이다. 육체파 배우 마를린 먼로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을 위문하기 위해 앞산 비행장에 온 사진도 걸려 있다. 사전에 이 두 공간을 먼저 보고 문학관으로 올라가야 비로소 대구문학이 더 실감나게 다가선다.

3층 문학관 입구.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것 같다. 막장에 들어선 기분이랄까. 홀 중앙에 거대한 석탄처럼 생긴 조형물 하나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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