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 성능점검 책임보험 가입한 중고차 수리비가 1천만원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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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3 07:14  |  수정 2021-06-21 16:57  |  발행일 2019-07-13 제6면

1주일만에 문제 생겨 견적 의뢰
보험사 연락 보상절차 요구하자
“없던 일로 하자”며 일방적 해지
소비자 피해 막자는 취지 못살려
주행 20만㎞ 넘는 차 가입 못해


지난달 초 중고차를 산 A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입과 동시에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로 30여만원도 냈다. 이 책임보험은 2017년 10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라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제도다. 주요내용은 중고차 매매시 발급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상이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중고차 매수인에게 보상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 인도일로부터 한달 또는 2천㎞ 이내 주행 중 문제가 발생하면 보상을 해준다. A씨는 6월3일 자동차성능검사를 마치고 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A씨의 차량이 운전 1주일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수리점을 통해 견적을 의뢰한 결과, 수리비는 800만~1천만원 정도. 성능검사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차였다. A씨는 이후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 보상절차를 밟으려고 했다. 그런데 보험회사로부터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보험회사 측은 A씨에게 “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기대했던 수리비가 아닌 최초 보험 가입시 냈던 30여만원을 입금받았다. 보험회사 측은 “현재 보험 가입을 취소한 것만 확인될 뿐 전후사정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일방적으로 보험계약을 취소하다니 황당하다. 보험계약을 소비자가 직접 한게 아니라 성능검사업체가 단체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이 법의 취지와 달리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

중고차 한 대당 책임보험료는 차종과 주행거리에 따라 1만원에서 50만원까지 책정된다. 중고차 구입 가격에 보험료가 추가되면서 소비자의 부담 증가도 불가피해졌다. 차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피해 보상은 더 까다로워졌다. A씨처럼 직접 거래한 매매업체, 성능검사장이 아닌 제3자인 보험회사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불필요하게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제조사와 차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출시 3~5년, 주행거리 6만~10만㎞까지 문제가 발생할 시 제조사가 품질보증을 한다. 즉 3~5년이 되지 않은 차량을 중고차로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전체 중고차 시장의 25%에 해당되는 20만㎞ 이상인 차량은 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 보호가 필요한 차량은 보험가입 대상이 안되는 셈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인 자동차 책임보험 상품은 소비자가 서비스와 가격 등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지만, 이 보험은 그렇지 않다.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성능점검업체가 계약을 맺은 보험사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선택의 부재가 보험시장의 경쟁을 막아 더 좋은 상품의 출시를 막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가입이 의무에서 임의로 바꾼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임의 규정으로 바뀌면 이 제도가 있으나마나 한 제도로 전락하고, 그동안 업계에 혼란만 준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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