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2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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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5   |  발행일 2019-07-15 제30면   |  수정 2019-07-15
평화시대 대비한 남북상생
구체적 로드맵 마련할 시점
4차 산업혁명시대도 고려를
지자체도 보여주기식 아닌
교류와 협력 방안 마련해야
20190715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과 미국 대통령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제2막의 시작을 선언하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베를린 구상’에서 시작하여, 같은 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발표로 이어지며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시작을 알렸다. 그 서막은 2018년 북한의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팀 참가에서 시작하여,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5월 판문점 2차 회담, 그리고 9월 평양 정상회담으로 절정에 다다랐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한 간의 무너진 신뢰는 온전히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또 다른 축인 북미 관계는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2018년 3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지 두 달 만인 5월 갑작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라는 우여곡절 끝에, 6월12일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상호 신뢰 관계 구축의 첫발을 뗐다. 그리고 올해 2월 말 하노이에서 지난 1년간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첫 결실을 거둘 것을 기대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하지만 70여 년의 긴 적대관계는 한 번의 만남으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작년 한 해 너무 큰 기대와 성급함으로 가득했다. 짧게는 11년, 길게는 70여 년간의 적대관계가 1여 년 만에 신뢰 관계로 전환되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곧 완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와 민간, 지자체들에서는 서둘러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을 준비하였지만, 그 대부분이 10여 년 전의 계획들에 머물러 있고 내용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되살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2막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제는 차분히 긴 호흡으로 평화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2000년 이후 남북 합의 사항들을 다시 검토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부처별 대북팀들을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들은 선점과 보여주기식이 아닌, 지역적 실정에 맞고 상호 상생할 수 있는 교류·협력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교류·협력사업들은 국제적 환경, 특히 UN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제재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지난 1여 년간 학습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교류·협력사업과 함께 평화시대를 대비한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평화시대를 대비하지 못하는 ‘남북관계발전 기본법’이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남북협력기금법’ 등 북한을 당사자로 하는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 촉진 기본법’이나 ‘지능정보사회 기본법’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법률도 평화와 통일시대를 고려한 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도 내부적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여 당 우위의 전통적 경제관리 방식인 ‘대안의 사업체계’를 삭제하고, 생산 현장의 자율성을 높이며 ‘시장 요소’를 도입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새로 명시하여 개혁·개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막 열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2막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포함해 3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UN총회 연설 등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이벤트의 결실인 진정한 한반도 평화체제가 완성되기까지는 2막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차분히, 그렇지만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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