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국무회의서 경찰 ‘천막대처’ 질책한 대통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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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5   |  발행일 2019-07-15 제30면   |  수정 2019-07-15
日경제보복 같은 현안 많은데
군소정당과 서울시 싸움 거론
국민 삶의 질 향상, 안전보다
남북대화에만 목매는 처사도
국정우선순위 오락가락 때문
20190715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6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취임선서문이다. 헌법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66조2항)는 규정도 있다. 또 정상적인 국민생활을 도울 ‘국가’의 책무도 헌법 조항 곳곳에 들어 있다. 국가의 책무는 곧 ‘국가의 원수’(66조1항)인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 굳이 헌법조항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적으로부터의 신변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할 책무가 있다. 그 일을 하라고 국군통수권(74조), 대통령령 발령권(75조), 긴급명령권(76조), 계엄선포권(77조), 공무원 임면권(78조), 사면권(79조) 같은 권한을 헌법은 부여했다. 형사상 불소추특권(84조), 전직 대통령 예우(85조) 규정으로 대통령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헌법에 규정되거나 관례상 통용되는 특권을 엄청나게 누렸다. 간혹 특권을 내려놓았다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가족이나 참모들은 그러지 않았다. 도덕적 우위를 뽐내는 정권에서도 국민이 다 알아 양지에 있던 것들을 음지로 가져갔을 뿐 특권행사의 크기는 별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다수의 과거 정권은 특권만을 누렸지 책무는 다하지 못했다. 방향을 잘 못 잡았거나 무능해서 감당이 안 된 정권이 있었는가 하면, 국민보다는 집권층 삶의 질과 신변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긴 정권도 많았다. 대통령을 지내고 나면 본인, 혹은 자식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멀쩡한 경우가 아예 없다시피 한 ‘대한민국 대통령 흑역사’가 이어지는 이유다. 그런데 총체적으론 흑역사였어도 국민이 안전하게 먹고사는 문제에서만큼은 백역사를 쓴 정권도 있었다. 민주주의엔 흑역사, 경제와 국가안보엔 백역사로 기록된 박정희정권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정권은 어떨까. 대통령 선서 중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노력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전반적으론 나름대로 백역사를 쓰고 있다. 반면에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적으로부터의 신변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할 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 정권보다 국민의 삶이 일반적으로 힘들다는 건 체감만이 아니라 각종 지표와 통계로 확인된다.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강변할수록 현장의 서민은 넌더리를 친다. 국민안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이 남한 전역을 타격권에 두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도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한다. 강원도 삼척에서의 북한 목선 방파제 접안 사건은 구멍 난 경계태세, 청와대의 은폐축소 의혹 같은 안보실종의 종합판이었다. 영관급 장교가 사병에게 ‘거짓 자수’를 시킨 평택 2함대 무기고 초병 사건은 군기문란의 결정판이다.

문재인정권이 국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국정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가,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먹고사는 문제보다 먼저일 순 없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방을 튼튼히 하면 싫다고 해도 북한이 대화하자고 한다. 국정우선순위가 뒤죽박죽인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공화당의 광화문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이 제대로 일을 못했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그 시점에 일본의 사상초유 경제보복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급박한 순간에 장관들을 앉혀놓고 원내의석 2석의 조그만 정당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 자체도 잘못된 국정우선순위가 빚은 측면이 있다.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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