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불매운동, 친일잔재청산으로 마무리

  • 노인호
  • |
  • 입력 2019-07-15   |  발행일 2019-07-15 제30면   |  수정 2019-07-15
[하프타임] 불매운동, 친일잔재청산으로 마무리
노인호 사회부 기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 수출 규제로 경제보복에 나서자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안가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교통방송의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거의 절반(48%)이 참여하고 있고, 66.8%는 앞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굳이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당장 주변을 보면 피우던 일본 담배, 마시던 일본 맥주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 일본 정부에 같은 형태로 맞설 수 없는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해 시민들이 ‘일본산 불매운동’이라는 움직임으로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단순히 불매운동 수준이 아니라 신(新) 국채보상운동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도발이 자국의 정치적 노림수와 경제적 이익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데다 여기에 반응하고 동조하는 한국 내 친일 잔재세력의 움직임이 100년 전 3·1만세운동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탓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단순한 무역분규가 아니라 침공행위나 다를 바 없는 21세기판 임진왜란”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핵심은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현재 일본이 가장 많은 수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자국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이를 통해 한국 정부를 친 일본 정부로 교체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일본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 내에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정부를 수립, 한국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가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일부 교수 등 전문가는 국민의 대응을 “감정적, 어린이 같은 대응”이라고 말하고, 보수 야당 관계자는 “일본의 보복조치가 이뤄지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한국 장관의 말에 “그렇다면 싸우겠다는 말이냐”라고 꾸짖는다. 1905년 을사늑약을 주도한 이완용은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몰지각한 아동배가 선동하고 다수는 부창부수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이런 반응에 화가 나지만, 조금만 참자. 전략적으로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들이 예전에 늘 그랬듯 이번에도 이렇게 소리치고, ‘가만히 있으라’ 하면 그렇게 됐던 과거처럼 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자. 그래서 친일잔재들이 알아서 커밍아웃할 수 있게 하자.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을 남아 있는 친일잔재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기회로 삼자. 그래서 이번에는 광복 후 마무리하지 못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의 마침표를 찍자. 어쩌면 정말 제대로 된 친일청산이 일본의 경제보복 덕에 이뤄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노인호 사회부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