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별빛효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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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5   |  발행일 2019-07-15 제31면   |  수정 2019-07-15

베트남 출신의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남편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사건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베트남 현지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베트남 부인을 폭행한 남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과 함께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주민 인권단체인 이주공동행동은 성명을 내고 “한국사회의 성차별, 인종차별은 결혼이주여성에게 굴레를 씌우고 억압과 희생을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힌 자료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국내 외국인 출신 아내를 국적별로 보면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다.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교역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신화를 써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 덕에 현지에서 우호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베트남 내 반한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방송제작에서도 창피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방송된 ‘정글의 법칙 인 로스트 아일랜드’(이하 정법)에서 배우 이열음이 사냥했던 대왕조개가 태국의 멸종위기 생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정법은 태국의 한 바다에서 사냥으로 대왕조개를 채취하고 시식까지 했다. 방송 후 태국 국립공원측은 정법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해 엄벌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사람 혹은 대상의 이미지와 관련한 법칙 중 ‘별빛 효과(starlight effect)’라는 게 있다.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부정적 소식은 좋은 소식에 비해 빠르게 확산될 뿐만 아니라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 조직이 별빛효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과거의 사건이 지워지지 않고 마음속에 머물며 만들어낸 고정관념의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하면 대한항공이 그동안 해왔던 긍정적인 일보다는 2014년 대한항공 땅콩회항이 먼저 떠오른다. 이번 사건들로 인해 베트남, 태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가 별빛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 걸린다”는 워런 버핏의 말이 유난히 와닿는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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