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황교안 위기극복의 길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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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6   |  발행일 2019-07-16 제30면   |  수정 2019-07-16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계기
황교안, 승부수는 던졌지만
대구경북의 여론주도층은
文에 대한 강한 투쟁력 주문
보수 대통합의 길도 찾아야
[화요진단] 황교안 위기극복의 길

목하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프레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이 한국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나라를 겨냥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에서 최근 일제히 반일프레임의 강공책으로 돌아선 것이 그 단초다. 자유한국당이 집권세력을 겨냥해 ‘좌파 독재’ ‘종북’ ‘빨갱이’로 낙인 찍는 데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던 차에 기회라도 잡은 듯 그 움직임이 일사불란하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전남도청에서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며 이순신 장군을 입에 올렸다. 이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3일 밤 페이스북에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라며 유튜브에 올라온 ‘죽창가’를 공유했다. ‘녹두꽃’과 ‘죽창가’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에 맞선 의병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바람막이를 자처하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아예 “아베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하는 분들은 도쿄로 이사를 가시든가”라고 비아냥했다.

한국당도 여권이‘반일감정’을 부추겨 총선 기회로 역이용하려는 조짐을 간파한 듯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퇴행적 경제보복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 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청와대 회담을 제안했다. 그동안 거부해왔던 여야 5당 대표 회담도 수용했다. 리더십 위기에 몰린 황 대표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사실 취임 후 한국당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황 대표는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은 스펙이 없는데 아주 큰 기업에 합격했다. 그 청년이 바로 우리 아들”(6월21일, 숙명여대 강연) 등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며 6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여성당원 엉덩이춤 소동까지 겹치며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황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10%대(19%)까지 떨어져 ‘2·27 전당대회’ 이전으로 유턴했다. 황 대표를 향해 구체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자기 희생적 리더십이 부족한 것 아니냐” “결집해야 할 때 당원교육을 몇몇 지역구만 참석해 당내 분란을 일으켰다”는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그럼 황 대표가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계기로 던진 ‘승부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결론적으로 5당 대표 청와대 회동제의를 안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보다는 대구경북의 여론주도층 인사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야성 강한 투쟁력을 주문한다. 한 인사는 “자유한국당 소속당원 모두는 황 대표가 앞장서서 이제 그 아까운 기득권과 이기심을 한꺼번에 몽땅 쏟아 내려놓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이 나라의 희망 미래에 기꺼이 몸바쳐야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절한 자기 희생적인 리더십으로,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내겠다는 각오로 보다 강한 투쟁에 나서야 위기관리에 강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총선 공천을 위해 좋은 인물을 물색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제다. 특히 차기 대선 경쟁자를 배제하지 않는 ‘통 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누구나가 말하는 보수통합을 위해서 이는 선결조건이다.

야권의 한 원로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당시 김무성 대표는 당내 잠재적 대선경쟁자를 미연에 방지하는 모습의 공천행태를 보였다”며 “황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많은 대선후보를 배출할 수 있는 공천을 해야 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수통합의 길도 찾아야 한다. 많은 후보가 치열한 대선경선을 치르면 국민이 눈을 돌릴 것이고, 그래야 보수우파에게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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