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대구 방문이 느는 추세였던 일본 관광객들이 자국내 혐한(嫌韓) 정서에 편승, 대구행 발길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 안팎에선 내년에 열리는 ‘대구경북 관광의 해’(목표 해외관광객 100만명) 행사에 불똥이 튀진 않을까 노심초사중이다.
16일 영남일보가 입수한 대구시의 올해 1~4월 대구지역 해외관광객 현황 자료(숙박기준)를 보면, 체류형 관광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늘어난 22만436명이다. 대만이 9만3천359명(42.4%)으로 가장 많고 이어 동남아(2만7천314명·12.4%), 일본(2만6천276명·11.9%), 중국(2만244명·9.2%) 순이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지난해 동기대비 58.4% 늘었다.
지난해 전체 일본인 관광객은 6만명(최근 3년간 평균 5만3천명)을 넘어섰다. 잠재적 대구 관광수요도 많을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여행검색엔진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전통연휴기간인 ‘골든위크’(매년 4월말~5월초) 때 일본인 항공권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대구가 전년대비 591% 증가해 국내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대구시가 내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앞두고 일본에 특화된 관광상품 개발 및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대구시는 지난달말부터 이달말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현지 유명쿠킹스튜디오와 협업, 음식과 한류를 접목한 ‘대구미식 쿠킹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대구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인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공동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되면 일본을 겨냥했던 기존 관광객 유치 노력이 빛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대구시의 고민이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놓고 사드사태에 빗대어 걱정하는 이들도 적잖다. 중국 관광객수는 2016년 20만명이었지만 사드사태가 불거진 2017년엔 9만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4만5천명까지 감소했다. 시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은 단체보다 개별관광객 위주고, 재방문율도 높다는 특성이 있어서 생각만큼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관광객유치 다변화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만과 동남아지역 관광시장을 예의주시한다. 대만은 이번 조사(올 1~4월)에서 관광객수가 전년동기보다 51.6% 늘었다.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대만인들은 2016년부터 지난해초까지 단거리 해외여행지와 관련, 대구행 항공권을 가장 많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항공사들이 대구~타이베이 노선을 신설한 것도 대만이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대구지역 최대 관광객 송출국(20만9천726명)이 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는 지난해 동기보다 관광객이 32.7% 늘었다. 싱가포르(1만666명)가 가장 많고, 태국(4천391명), 베트남(3천800명), 인도네시아(3천492명), 말레이시아(2천253명) 등이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태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천323%, 171%나 증가했다. 이 두 지역은 대구시가 전략적 관광객 유치시장으로 공들이는 곳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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