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한일 갈등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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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  발행일 2019-07-17 제30면   |  수정 2019-07-17
일본기업에 강제로 끌려간
한국인 피해자에 사죄하고
배상합의 하는 것이 해결책
한일관계의 정상화 위해선
정의롭고 상식적 접근해야
[수요칼럼] 한일 갈등의 해법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최근 한일 관계는 점차 악화되어 왔다. 시작점은 2015년말 미국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였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마치 비밀 작전을 하듯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것을 감행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이런 깜짝 합의가 한국민의 분노를 자아내는 상황에서 오바마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그런 합의가 “북한 핵실험이라는 도전에 대한 한·미·일의 공동 대응능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논평을 한 바 있다. 무리하게 감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동북아 역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천박한 이해 수준을 드러낸 것이고, 미국 요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며 자충수를 두는 용기도 비전도 없는 한국 보수 정부의 참담한 외교력 부재의 결과였다.

박근혜정부 하에서 저질러진 또 다른 사건은 일본 기업에 강제로 끌려가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되었던 한국인 생존자들이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정부가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판결 선고를 지연시킨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미 2012년에 내린 판결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개인들의 청구권을 소멸시킨 것이 아니며, 강제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하여 가지는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지도 않았다고 확인했다. 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한 부산고등법원은 미쓰비시 등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1인당 위자료 8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2013년에 내렸는데, 이 판결에 대한 상고심 사건 판결을 박근혜정부 하의 대법원이 연로한 피해자들이 사망하기를 기다리며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추가로 드러난 사실은, 일본 회사의 소송 대리인이 대법관을 비밀리에 면담하는 등 사법 절차의 공평을 근본적으로 해하는 소행마저 저지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대법원은 2018년 11월에 미쓰비시 등 피고 회사들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이 판결에 대해서 미쓰비시 사는 “극히 유감”이라며 판결의 자발적 이행을 지금까지 거부하고 있고, 올해 7월1일에는 급기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의 청구권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한국이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베 정부의 주장은 일본 법원의 입장과도 다를 뿐 아니라(일본 법원은 한국인의 청구권이 일본 국내법에 의하여 일본 내에서만 소멸된 것이라는 입장이고, 일본 국내법이 한국에 적용되거나 한국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1965년 당시 일본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양쪽 국가나 개인이 상대국 또는 상대국 국민에게 가지는 청구권이 모두 ‘소멸’되었다는 표현을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는 개인들의 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문구를 협정에 사용할 경우, 식민 통치 기간 한국에 재산을 보유했던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이나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여 반대했고, 결국 한일 양국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서 양국의 개인이나 회사의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사실 중국인들도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에 강제로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했고, 중국인 피해자들도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했다. 중국인 피해자의 요구에 대하여 미쓰비시 계열사는 3천700명이 넘는 중국인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면서 1인당 1만5천달러를 배상하기로 2016년에 합의한 바 있다. 니시마쓰 등 건설사 또한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인 피해자들에게도 일본 기업이 사죄하고 배상을 합의하는 것이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해법일 것이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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