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마이너스 손 정부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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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  발행일 2019-07-17 제31면   |  수정 2019-07-17
[영남시론] 마이너스 손 정부

운이 없는 건지 재주가 없는 건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손대는 것마다 마이너스다. 만지기만 하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신화 속 미다스 왕의 손은 언감생신이지만, 만져도 현상은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사치가 됐다. 나라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진대 지금은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2년째를 맞고 있지만 국민에게 희망 고문만 계속하고 있다. 소주성의 사실상 설계자인 장하성 전 청와대정책실장(현 주중대사) 재직시 6개월 단위로 소주성의 성과를 약속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연말쯤, 지난해 11월에는 2019년이 되면 소주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주성을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던 장 전 실장은 “강남에 살아보니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는 명언(?)을 남기고 중국으로 훌쩍 떠났다. 2019년도 중반을 넘어섰는데 도대체 소주성의 효과는 언제 나온다는 건지, 장 전 실장이 있었다면 올 연말이면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명쾌한 답변이라도 해 줬을텐데 말이다.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125만4천73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했다. 2분위(하위 20~40%)도 1인 가구를 포함하면 179만7천557원으로 6.5% 줄어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진 셈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소주성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주 52시간 근무로 ‘저녁은 있는데 저녁밥이 없다’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한 지인은 “일을 더하고 싶다는데 일을 못하게 법으로 강제한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근로 시간 단축으로 수당이 월 수십만원 줄어들었다. 쉬는 시간은 많은데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약 2.9% 오른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최소 동결을 기대했던 영세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했고, 대통령의 1만원 공약 실천을 외치던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급기야 대통령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통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했다. 그럼에도 소주성 정책 폐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주성의 핵심인 최저 임금의 인상을 계획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소주성 정책도 수정이나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탈(脫) 원전도 대표적 마이너스 정책이다. 탈원전 선언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전산업 생태계는 위협받고 있고, 원전 수출 전선은 어둡기만 하다. 원전 핵심 부품기업들은 쓰러지고 있고,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급감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했지만 정비는 하도급을 받는 꼴이 됐다.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체코 원전 수주는 낙관할 수 없다. 당초 원전 사업에 중국과 러시아 기업은 배제됐지만, 지난 4월 체코 에너지 장관이 바뀌면서 어떤 이유인지 중국과 러시아 기업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약 25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사업 역시 당초 예상보다 예비사업자 대상국이 늘어나면서 쉽지 않게 됐다. 초우량 공기업 한전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올해 1분기 6천299억원의 영업적자(자회사 포함)를 냈다. 원전이용률이 줄어들면서 ㎾h당 전기 구입단가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하지만, 국내 원전 관련 기업과 국민들에게 고통은 이미 시작됐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한 국민은 16일 현재 5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월 실시된 여론조사(한국리서치)에서 탈원전 반대 여론이 70%를 넘어섰다. 탈원전을 멈추라는 국민들의 아우성은 이어지고 있다.

정치가, 특정 이념이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더이상 국민을 검증되지 않은 정책의 실험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정책의 방향이 틀렸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김기억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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