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8개 크기 온실 스마트팜 도입, 직원 30명으로도 거뜬히 운영”

  • 서정혁
  • |
  • 입력 2019-07-18 07:39  |  수정 2019-07-18 07:40  |  발행일 2019-07-18 제19면
■ 농업 패러다임 바꾸는 기술
20190718
전북 고창의 한 농민이 KT가 지난해 구축한 노지(露地) 채소 스마트팜에서 일하고 있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어그테크(AgTech) 또는 애그리테크(AgriTech).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이지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농업과 기술의 접목은 단순한 변화가 아닌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농업 테크의 대표 분야는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이란 농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만든 지능화된 농장을 지칭한다. 사물인터넷(IoT)으로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햇빛·이산화탄소·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농장주는 스마트폰을 통해 농장의 환경을 농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상태로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원격관리는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생육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병충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 에너지를 절약하고 최소 인력으로도 생산·유통·소비를 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침체된 농업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유럽·미국·일본 등 농업 선진국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작물을 생산하는 ‘스마트팜’을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 역시 애그리테크를 신 사업으로 삼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드론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농업 현장에 접목되면서 앞으로는 누구나 쉽게 농사를 짓고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IoT로 온도·습도·햇빛 측정분석
농장주, 스마트폰 통해 상태 조절

KT, 기가 스마트팜 솔루션 도입
세계 빈곤 해결 위해 UN 협약도

SK텔레콤·대동공업 이앙기 개발
자율 주행으로 쌀 수확량 극대화

LG유플러스 트랙터 진단 서비스
부품 AR로 구현 이상 징후 확인


◆해외 스마트팜

네덜란드는 스마트팜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다. 하루에 호접란을 3만개 정도 출하하는 7㏊(축구 운동장 8개 반) 정도의 유리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대신 자동 운송장치·검사장치·각종 센서 등이 온실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해 준다. 시스템이 알아서 온실의 온도·습도·조명 및 영양 요소까지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30여명의 직원만으로도 효과적인 수확이 가능하다.

넓은 땅 때문에 규모화된 생산 시스템이 가능한 미국은 기술을 일찍부터 접목됐다. 특히 미국의 수직농장 업체인 에어로팜을 중심으로 농장의 범위가 도심의 고층 ‘수직농장(Vertical Farm)’까지 확대되고 있다. 버려진 건물이나 공장을 재활용해 식물 공장을 만들고 수경 재배 대신 물 안개를 뿌려서 성장시키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인 수직농장은 연 1천 t의 채소를 생산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고령화 등으로 생산성 하락, 생산인구 감소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식물공장 보급 확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스마트팜을 추진했다.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요코하마시 도심에 설치된 ‘그란파 요코하마 농장’의 경우 ICT 기술로 수온·공기온도·비료·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하루에 상추 3t 이상을 생산했다. 해당 기술이 생산성 향상 등 가능성을 보이자 세이와, 후지츠 같은 기업들까지 스마트팜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스마트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스마트팜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5년 28억달러 규모였던 스마트팜 세계시장이 2020년 49.2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농업혁명

이동통신 3사 중 ICT를 활용한 농업혁신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은 KT다. 2018년 10월 농림축산부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해 작물이 최적의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GIGA 스마트팜 솔루션’ 도입을 시작으로 지난 5월 유엔식량농업기구와 ‘ICT 기반 세계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체결하며 국내외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GIGA 스마트팜’이란 사물인터넷 기기를 통해 재배 시설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토양 등을 분석해 작물이 최적의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솔루션이다. KT는 GIGA 스마트팜 서비스를 활용하면 초기 구축 비용을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 농가시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팜 통합 관제센터 서비스를 통해 농작물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도 가능하다. KT는 국내에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함께 전국 59개 농가에 노지(露地) 스마트팜,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영농 태양광팜’ 등의 기술을 보급했다. 노지 스마트팜은 센서로 날씨와 작물의 생육 상황 같은 데이터를 수집·파악해 알맞은 양과 빈도로 물·비료를 주는 시스템이다. 영농 태양광팜 기술은 경기도 이천의 한 표고농장에 적용돼 농사에 필요한 전력을 자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국내 1위 농기계 제조사인 대동공업과 함께 ‘실시간 이동 측위(RTK)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이앙기를 개발·상용화했다.자율주행 이앙기는 GPS(위성항법장치)와 IoT 전용 LTE 망을 활용해 센티미터(㎝) 수준으로 농토를 나눠 관리한다. 모를 심는 과정에서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위치와 간격을 스스로 파악해 심고, 비료도 모의 위치에 딱 맞춰 뿌려 사용량은 줄이고 쌀 수확량을 극대화한다. 자율주행 이앙기는 △직진 유지 △모 간격 유지 △정밀 비료 살포 등 3가지 핵심 기능을 탑재해 이앙작업 숙련도가 떨어지더라도 전문가 수준의 작업이 가능하다. 농부는 이앙기가 자율주행하는 동안 모판 운반 등 다른 작업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사물인터넷·증강현실 솔루션 분야의 선두기업인 미국의 ‘PTC’와 손잡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개발의 핵심은 5G 기술과 PTC의 IoT 및 AR 기술을 융합한 ‘트랙터 원격진단’이다. 트랙터에 설치한 IoT센서를 통해 △차량·엔진·소모품 정보 △실시간 운행 데이터 △운행·정비·수리 이력 등을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부품 고장 및 이상 발생 시 고객은 알림을 받을 수 있고 부품 및 소모품의 교체 시기 등을 사전에 확인 가능하다. 특히 트랙터의 부품이 AR로 구현돼 부품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위치와 세부 내용을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AR로 트랙터 부품 및 소모품을 교체하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어 본인이 직접 부품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G유플러스는 농협중앙회와 손을 잡고 ICT융복합사업을 농촌 지역에서 벌이고 있다. 돼지의 출하체중 점검을 통해 출하 적기를 판단하는 ‘양돈장 모니터링’, IoT 기반 바이오캡슐로 소의 건강을 관리하는 ‘소 탐지 솔루션’ 등 농가 상황에 맞는 스마트팜 관제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정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