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선] 성 상품화의 뿌리는 여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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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8   |  발행일 2019-07-18 제30면   |  수정 2019-07-18
여성들 참정권 이뤄진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상품화되고 소비돼
그 뿌리에는 여성차별 존재
사회적 시선과 인식 바꿔야
[목요시선] 성 상품화의 뿌리는 여성차별
이승연 소우주 작은도서관장

자본주의에서 자본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모든 것은 자본재가 될 수 있다고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말했다.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은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재료가 된다는 뜻이다. 외모, 지식, 감성, 신체, 성 할 것 없이 모두 상품화가 될 수 있으며 자본재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시장은 어떤 가치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포장이 ‘성’이라면 우리는 그 대상이 ‘인간’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은 자유와 평등을 기반한 자기 정체성의 실현과 그것에 대한 서로 간의 이해와 존중으로 유지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치가 자본의 이름으로 잠식되는 일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물학적 몸으로 우선되는 상품화에 가장 많은 자본재로 활용되고 있다.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이 기껏해야 100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 운동이 가진 의의는 크다.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은 표면적인 참정권 자체만이 아니라 ‘여성도 남성과 평등한 인간’이라는 기존의 인식에 대한 전이를 요구한 ‘시민권’ 투쟁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여성들의 참정권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상품화’되고 매 순간 ‘소비’되고 있다.

성 상품화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소비하고 있는 미디어 매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정보를 송출하는 미디어에 하루의 대부분이 노출되어 있고, 자극에 무뎌진 소비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서 미디어는 더욱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니 가장 큰 반응을 일으키는 방송에서의 성 상품화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 빅히트했다는 미스트롯은 미스코리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그것도 과거 미스코리아의 행진 같은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미스트롯에서 인기를 얻은 여성 출연자는 애교가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여성스러운지를 묻는 진행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런 성인 여성에 대한 과도한 성 상품화는 어린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린 여자 아이에게 성적 은유를 암시하는 광고는 물론이고 인터넷에서 아동복이라고 클릭하면 남아와 여아가 보여주는 모습이 완연히 다르다는 것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남아들의 포즈는 활동적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여자 아동 모델은 거의 화장을 시키고 다수가 어른들의 포즈를 그대로 모방한다.

이미 아이돌의 성 상품화에 대해서는 넘치도록 이야기 되고 있었지만,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가이드라인과 제대로 된 문제의식 없이 수용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 인해 연예기획사들은 어떤 사회적 책임감도 없이 미성년의 아이돌에게 섹시 콘셉트를 잡아 무대에 올린다.

얼마 전 유명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체가 보여준 어린 여자아이의 성 상품화가 논란이 되었다. 해당 광고영상은 없어졌지만 문제의 핵심을 읽어내지 못한 업체의 사과문은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다.

사과문에선 부모와 합의된 내용이란 이유, 일반적인 어린이 모델 수준의 메이크업을 했다는 이유, 평소 활동했던 아동복 브랜드 의상을 착용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아동의 안전권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 업체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된 성 상품화에 무뎌져있고 아동인권에 대한 둔감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 심각성이 더욱 염려스럽다.

수많은 여성이 불안해하는 근원은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과 인식이다. 섹시함과 조숙함, 얌전함, 수동성을 강조하는 가부장제 틀로 여성을 규정하는 작동은 여성 차별을 뿌리에 두고 있다. 아동뿐 아니라 성인 여성에 대한 성 상품화가 여성 차별, 여성 혐오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 상품화와 성폭력, 성산업 카르텔의 민낯인 제2·제3의 버닝썬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여성이 생물학적 몸으로 우선이 되는 남성중심적 시선과 가치관을 그대로 답습하는 광고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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