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가볼만한 곳] 아찔하게… 짜릿하게… 여름사냥 ‘레츠 고∼’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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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9   |  발행일 2019-07-19 제33면   |  수정 2019-07-19
경북지역 서원·누정·고택 ‘바캉스 성지’
봉화 닭실·경주 양동·예천 금당실 마을…
번개 같은 냉기 안겨주는 의성 빙계계곡
금강송 맑은기운‘최강 휴캉스 1번지’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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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길이로 강화유리구간 밑으로 아찔한 울진 ‘후포등기산 스카이워크’에서는 아름다운 코발트 빛 후포바다를 볼 수 있다. <울진군 제공>

바캉스! 마냥 노는 게 아니다. 하나의 ‘충전’이다. 그건 결국 자신에 대한 또 다른 ‘투자’인 셈이다. 최근 들어 펀드매니저들도 바캉스를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본다. ‘바캉스테크’가 탄생한 것이다. 그건 타인의 욕망보다 자신의 욕망이 더 중요하다는 걸 시민들이 발견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바캉스는 ‘소비’가 아니고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스트레스, 자꾸만 멀어져가는 꿈과 희망, 너무나 느슨해진 러브스토리, 푸석해진 근육, 존재감 없는 맘…. 바캉스는 거기서 벗어나 절정의 자존감을 느끼게 만드는 하나의 ‘심리치료제’이다.

바캉스는 관광보다 ‘여행 모드’. 그래서 너무 길 위만 고집하지 마라. 너무 고급지고 너무 편한데만 선호하지 마라. 기운이 허락한다면 ‘길밖(Off Road)’에서 의외의 황금덩어리를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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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기암절벽 사이로 넘어가는 석양과 포스코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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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석적읍 ‘송정자연휴양림’ 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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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대가천을 거슬러 오르며 명명된 ‘무흘구곡’에서 마지막 절경인 용추폭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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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의성조문국박물관’ 내 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 전경. <포항시·칠곡군·김천시·의성군 제공>


잘 핸들링 한 바캉스. 하반기 자신의 사회적 위상은 물론 행복지수도 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굿 바캉스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꼭 필요하다. 친구와 지인, 각종 동호인과의 밀당관계는 조금 내려놓아라. 덜 챙겨주고 덜 배려해줘 늘 1% 미안함의 대상이었던 가족, 그들에게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놓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삶이란 결국 집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 아닌가. 삶의 파국에 봉착하면 ‘결국 가족뿐’이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그래서 누군가는 가족을 신비한 효험을 가진 ‘보험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나홀로족들은 그런 흐름과 조금 선을 긋기도 한다. 책에 올인하는 ‘북캉스’, 영화관 순례를 하는 ‘영캉스’, 치맥축제·재즈페스티벌 등을 전전하며 세계맥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술캉스’, 이런저런 핫플레이스 맛집을 순례하는 ‘맛캉스’, 부족한 잠을 몇배로 챙겨주는 ‘잠캉스’….

하지만 역시 바캉스란 도시를 떠나는 데서부터. 유채색으로 지쳐있는 몸한테 자연은 무채색의 쉼표 구실을 한다. 맘을 품은 몸이 더 이상의 새로움과 생기를 흡입할 수 없을 때 일단 사람과의 소통라인을 잠시 ‘Off’해 두시길.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 지자체마다 명품 걷기길이 다 깔려 있다. 요것만 챙겨도 본전을 챙길 수 있다. 이 무렵 발진되는 각종 서머페스티벌도 나쁘진 않다. 북적대는 관광지를 벗어나 캠핑카로 심산유곡을 누비며 별을 캐는 이들도 있다. 강릉 정동진 근처 국내 유일 해안단구 체험길인 ‘바다부채길’(2.86㎞)은 국내에서 가장 기운생동하는 동해의 검푸른 파도를 눈앞에서 품을 수 있는 코스다. 770㎞ 국내 최장 트레일로 불리는 동해안 7번 국도 걷기길 해파랑길 코스 중 백미로 급부상한 곳이다.

갈수록 경상도가 바캉스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서원과 누정, 고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이 무렵 ‘효자상품’이 된다. 최근 한국의 대표 서원 9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서원바캉스족도 많아질 전망이다. 최초 사액서원 영주 소수서원, 퇴계 이황의 정신이 스며들어가 있는 안동 도산서원, 서애 류성룡의 품이 느껴지는 낙동강변 병산서원 ‘만대루’ 대청이 키워낸 유장한 그늘에 솔솔바람처럼 앉아 보시길. 그리고 봉화 닭실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성주 한개마을, 고령 개실마을, 예천 금당실마을….

이 무렵 바다로 떠난 은어가 동해 강 하구로 돌아온다. 영덕의 오십천, 울진의 왕피천, 봉화의 내성천은 은어 체험객들로 들끓는다. 수박향기 은어의 맛에 빠져보라.

번개 같은 냉기를 안겨주는 얼음계곡도 있다.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 ‘빙계계곡’이 빙곡(氷谷) 사령부 구실을 한다. 입구부터 2㎞ 구간에 크고작은 빙혈(氷穴)과 풍혈(風穴)이 산재해 있다. 울진군은 이맘 때 ‘최강 휴캉스 1번지’. 금강송면 소광리에 가면 여행자의 몸은 일순 금강송으로 변한다. 산림생태휴양을 테마로 한 금강송에코리움을 축으로 한 숲탐방로를 즐겨보라. 예천 삼강주막 옆 회화나무 그늘도 비닐돗자리 깔고 강바람 품기 좋은 포인트. 안동 지례예술촌은 한밤중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오지다.

주말섹션 위클리포유가 ‘2019년 버전 대구경북 바캉스 열전’을 독자제현께 띄웁니다. 부디 그대가 올해 한국에서 가장 해피한 바캉스맨이 되시길….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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