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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인터뷰] ‘죽음학’ 연구하는 임병식 고려대 죽음교육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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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호기자
  •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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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할까요?”

지난달 26일 만난 임병식 고려대 죽음교육연구센터장이 아직 국내에는 낯선 죽음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편견이 있었다. ‘죽음학’. 수년전 한참 유행했던 ‘웰다잉(Well dying)’을 이름 바꿔 장사하기 위한 것 아닌가. 더치커피(Dutch)의 유행이 한참 지난 뒤 커피브랜드들이 앞다퉈 ‘콜드브루’로 사실상 이름만 바꿔 새로운 제품인 양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더치커피는 네덜란드 상인으로부터 커피 제조 방법을 배운 일본인들 사이에서 네덜란드풍(Dutch)류의 커피라고 붙여진 일본식 명칭이고, 콜드브루(cold brew)는 차가운 물에 우려내는 커피를 영문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포장지만 다를 뿐 알맹이는 같은 커피인 셈이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임병식 고려대 죽음교육연구센터장(58)과 마주 앉았다. 지난해 3월 설립된 죽음교육연구센터는 ‘죽음학’을 연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곳이고, 전직 의사인 임 센터장은 요양병원에서 수많은 임종 환자의 마지막을 지키며 죽음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국으로 유학, 죽음학을 배웠다. 이후 임종전문가(thanatologist)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1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공부를 시작했고, 지난해 ‘중국 유학의 생사관 연구’로 박사 학위도 받았다. “기자님은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인가요. 그럼 건강한 겁니다. 체형이나 말씀하는 걸로 봐서는 태음인이세요. 땀이 많은 건 땀구멍이 잘 열려서 땀을 흘린다는 것인데, 이는 피부를 통한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이고, 태음인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마주 앉아 10분 정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임 센터장이 갑자기 이제마(李濟馬)가 창시한 사상의학(四象醫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까.

“예전에 한창 열풍처럼 불었던 웰다잉은 죽음학의 실천적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죽음학에서는 인간이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해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수준을 벗어나 철학적 인간학, 신학, 의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 결과 및 성과를 바탕으로 죽음에 대해 전인적이고 통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사상의학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어떤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다르니까요.”

의심을 걷어내고 임 센터장의 말에 따라 생소한 죽음학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웰다잉과 죽음학,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것인가.

“웰다잉은 학문체계에서 나타나는 실천적 분야다. 죽음학은 호스피스뿐만 아니라 노년기에 잘 죽기 위한 것으로 대표되는 ‘웰다잉’, 임종기에 접한 이들을 위한 ‘다잉웰’ 등이 있습니다. 통상 6개월 미만의 삶을 남겨 놓고 있는 호스피스, 10일 내외를 남겨둔 다잉웰, 이런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웰다잉은 당사자가 연명치료를 할지 말지, 임종내결정을 어떻게 할지, 마지막 소원은 어떻게 이루거나 말할지, 장례는 치를지 등을 포함해 품위있는 마무리를 안내해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죽음학은 생의 마지막에 후회가 없도록 하기 위해 삶을 살아가는 매순간이 소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죽음, 그리고 단순히 생과 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 세상을 살면서 이별하게 되는 모든 종류의 이별도 마찬가지로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함께해와서 마치 내 몸과 같은 만년필이 고장이 나서 떠나보내야 할 때 오는 상실감, 어릴 때 초등학교 앞에서 사서 키웠던 병아리의 죽음에 관해서도 학습해둘 필요가 있고, 그 모든 것이 죽음학에 속해 있는 것이다.”


삶에서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인 죽음
당황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 교육
배워두면 삶의 진정한 행복도 느껴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교육에 포함
청소년의 불안정성 해소 효과 기대
국내서도 지속적·체계적 실시해야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음에 대해 가르친다면 행여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유년기의 죽음교육은 곤충이나 동물(반려동물)의 죽음을 통해서 교육을 시작한다. 죽은 뒤에 어디로 갈까. 이를 통해 여러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주로 동화책이나 그림, 이미지 등으로 그 나이에 맞게 진행하게 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죽음교육을 인지 능력이 있을 때부터 시작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논리적 사고체계가 자리잡는 시기인 만큼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기 싶다. 소위 ‘자뻑’,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이런 청소년의 심리적인 기저를 이해하지 않고, 법리적으로 해석해 처벌 위주로 나서면 근본적인 회복이 힘들어지고, 갈등을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호르몬,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만큼 청소년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내리는 성인의 자살과 다른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죽음교육은 불안정성 속에서 안정성을 찾고자 하는 지향성을 찾아내 주는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슬픔이나 두려움 등이 회피, 도피, 억압하는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정면으로 마주쳐서 풀어내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불안정성을 여과 과정 없이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시기는 불완전성을 가능성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터놓고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다. 말한다는 것 자체가 길을 찾아 나선 상황인 것이고, 말하는 것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말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미래에 보상이 있을테니 지금은 무조건 참으라는 식은 위험하다.”

▶선진국들은 초·중·고교에서 이미 죽음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미국, 영국, 스위스 등은 1970년대에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80년대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과정마다 다 들어있다. 내용은 죽음에 대한 이해, 친구와 총기사고에 대한 이야기 등 생명교육 또는 죽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교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죽음이라는 단어자체를 쓰지는 않지만, 생명의 중요함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때 1년에 3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떻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죽음학은 공교육의 범주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한 사람의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가치관, 세계관까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공교육의 하나로 일회성, 단발성, 즉흥성 등 유행에 맞춰 가서는 안된다. 절대 유행처럼 소비되어서는 안된다. 공교육 과정에서 교과서를 통해 유년, 청년기 등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반인 대상으로 죽음학을 강의한 것으로 안다. 배우고 나면 어떤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나.

“타자에 대한 죽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다시 말해 동병상련, 공감 능력 등이 더 커지고 가치관, 세계관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죽음교육의 핵심은 상실과 죽음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이런 상실과 죽음에 따른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도록 교육받아왔다. 이를 모조리 태워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혜가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 그것이 학문이나 기술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학은 학문인 만큼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게 된다. 또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니 그 상황에 맞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타인에게 어떻게 조언해줄 수 있을지 지혜를 알려주게 된다.

살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인 죽음을 당황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가장 큰 불안 요소 하나를 해결하니 다른 불안 요소는 크게 느껴지지 않고, 그렇다 보니 어려움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죽음학이 낯선 이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에 두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다들 먹고는 산다. 다만 불편함을 가질 뿐. 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 현안이 될 수 있을까. 아마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한마디, 갈등이 있던 사람에게 화해, 타자를 내 삶속으로 수용하는 것 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죽음학을 공부하게 되면 자신의 삶에서 물질이 제공할 수 없는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는 동안 행복하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이런 도움을 타인에게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학문을 통해 배우는 것이 바로 ‘죽음학’이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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