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위기 앞 당파 이익은 잠시 접어두자

  • 인터넷뉴스부
  • |
  • 입력 2019-07-20   |  발행일 2019-07-20 제23면   |  수정 2019-07-20

정치권이 모처럼 국민을 안심시켰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회동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건을 붙이지 않고 먼저 마음을 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황 대표의 말대로 “위기 상황에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큰 힘”이 됐다. ‘4류 정치’란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날 회동은 정치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갖게 했다.

소중한 성과물도 냈다. 회동 후 밝힌 ‘공동언론발표문’에는 이들의 일치된 뜻이 담겨있다. 먼저 일본의 수출규제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을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일 갈등의 성격과 해결방향에 대한 큰 틀의 합의다. 이 정도만 해도 최근 우려스러운 국론분열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태의 원인과 대응 방안에 대해 국론분열 수준의 시각차와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것을 ‘부당한 경제보복’ ‘외교적 해결’로 정리한 것이다. 한 발 나아가 범국가적 차원의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실천적 조치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큰 틀의 합의는 디테일에서 깨지는 경우가 많다. 하루 만에 야당 안에서 벌써 다른 얘기가 나온다. 구체적 사안에서 여야간 생각이 꼭 같을 순 없다. 이견은 대화와 협치를 통해 녹여야 한다. 그 용광로가 초당적이고도 범국가적인 비상협력기구다. 밖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떠벌리다 보면 오해와 갈등이 쌓인다. 되도록 이른 시일내 비상협력기구를 만들어 그 안에서 국론을 한 데 모아야 한다. 정부·여당은 일차적 책무가 있는 만큼 양보와 경청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당도 국가적 위기 앞에 지나치게 당리당략으로 움직이거나 정부·여당이 수용키 어려운 전제조건을 붙여서는 안 된다. 국가가 누란(累卵)의 위기인데 사소한 당파적 이익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당장 다음주 미 워싱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한·미·일 3국 의원모임이 열린다. 한·일갈등 후 첫 3국 대화 자리다. 이 모임에 앞서 여야 간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미·일 의원들을 앉혀놓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면 정말 망신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