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16자 심법(心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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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2 07:47  |  수정 2019-07-22 07:47  |  발행일 2019-07-22 제17면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는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비밀리에 전했다는 16자 심법이 있다.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오직 정밀하고 한결같이 해야만 진실로 그 중을 잡을 것이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이 구절을 의식하였는지 모르지만 장자는 ‘산목(山木)’장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심법을 제시했다.

순이 죽어갈 때 우에게 명령하기를 “그대는 명심하라. 육체는 사물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제일이고 심정은 본성을 따르는 것이 제일이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면 서로 떨어지지 않고 본성을 따르면 마음에 번거로움이 없다(形莫若緣 情莫若率 緣則不離 率則不勞).”

대우모의 심법이 마음의 중용(中庸)을 잡기 위한 것이라면, 장자의 심법은 자연의 본성에 따르는 것이다. 대우모 심법의 요체는 외줄타기와 같이 끊임없이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마음에 털끝만큼의 빈틈이라도 생기면 순식간에 천지간의 차이와 같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자의 심법은 그냥 마음의 변화에 내어 맡기는 것이다. ‘달생(達生)’에서 여량(呂梁)이라는 급류에서 헤엄치는 사나이와 같이 소용돌이와 함께 물속에 들어가고, 솟는 물과 더불어 물 위로 나와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는 것과 같이 하면 마음에 번거로움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의 변화에 내어 맡긴다고 해서 그냥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음에 끌려가는 것이다. 우리의 타고난 마음은 통나무와 같이 질박하여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그러나 점차 자라나면서 나와 대상을 구별하고 점차 나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마음의 변화에 내어 맡긴다는 것은 나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본래 타고난 질박한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되어 7일이나 끓인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을 때, 대공임(大公任)이라는 자가 찾아와 공자에게 의태(意怠)라고 불리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새는 느려서 높이 날지 못해 날 때는 다른 새들의 도움을 얻어서 날고, 머물 때는 새 떼 사이에 끼어 있되 다른 새보다 앞장서지 않고, 먹을 때에도 반드시 다른 새들이 남긴 것을 먹는다. 그런데 공자는 자기 지식을 드러내어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스스로 행실을 닦아 남의 잘못된 행동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니 이처럼 재난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대공임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공자는 진펄 속에 숨어 살며 남루한 옷을 입고 도토리를 먹으며 무심무욕하게 살았다. 그러자 공자가 짐승 속에 들어가도 무리가 흩어지지 않고, 새 떼 속에 들어가도 새들이 흩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양자(陽子)가 송나라에 가서 여인숙에 머물 때의 이야기다. 여인숙 주인은 첩이 둘인데 한 명은 미인이고 또 한 명은 추녀였다. 그런데 못 생긴 첩이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양자가 주인에게 까닭을 물으니 주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 미인은 스스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므로 저는 오히려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못 생긴 여자는 스스로 추하다는 걸 알고 있어 공손하므로 못 생겼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양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제자들이여, 이것을 명심하라. 어진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어질다는 태도를 없애면 어디로 가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않겠는가.”

마음에 번거로움이 생기면 스스로 돌이켜보라. 내가 내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순응하고 있는가. 내 마음이 타고난 본성을 잘 따르고 있는가.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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