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 사이] 생물도감을 들고 자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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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2 07:53  |  수정 2019-07-22 07:53  |  발행일 2019-07-22 제18면
[밥상과 책상 사이] 생물도감을 들고 자연속으로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지인이 집을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방학이라 초등 3학년 아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다. 우리 집은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이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마당에서 잡초를 뽑으며 손님을 기다렸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여니 아이가 예절 바르게 인사를 하고는 호미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대뜸 질문을 했다. “골목에 참새가 왜 그렇게 많아요? 길에는 벌레도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아이가 질문을 막 끝냈을 때 참새 몇 마리가 마당으로 날아와 열심히 잔디를 쪼았다. 아이는 또 질문을 했다. “잔디에도 먹을 것이 있나요?” 참새들은 벌레를 먹고 산다는 생각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정말 좋은 질문이구나. 선생님도 그 문제를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바로 답해줄 수가 없네. 우리 한 번 같이 찾아볼까.” 이렇게 말하고는 실내로 들어가 책꽂이 한 구석에서 ‘자연도감’이란 책을 찾았다. 참새 부분을 펼치고는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참새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 삽니다. 참새는 곤충, 나무 열매, 풀씨, 곡식 등을 먹는 잡식성입니다. 사람이 버리는 밥찌꺼기도 먹습니다. 길거리에는 참새가 먹을 것이 많은 데다 독수리나 매 같은 무서운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참새에게 길거리는 안전한 곳입니다.” 아이는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내 목소리를 흉내내며 말했다. “골목에는 아이들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도 있습니다. 잔디에는 풀씨가 많습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고 칭찬해 주었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죽은 곤충 위에 앉아 있는 파리를 유심히 본 모양이다. “파리는 앞다리를 정말 열심히 움직이네요. 왜 파리는 다리를 자꾸 비벼대나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읽은 적이 있었다. 즉시 서가에서 다이앤 애커먼이 지은 ‘감각의 박물관’을 뽑았다. 전에 읽을 때 줄을 쳐 둔 부분을 찾아냈다. “나비와 검정파리는 대부분의 미각 기관이 앞다리에 있어서 달콤한 액체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나비나 파리의 앞다리는 사람의 혀와 같네요. 그래서 파리는 먹이에다가 다리를 열심히 문지르나 봐요.”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숙제로 하던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이 생각났다. 나비, 매미, 잠자리 등을 잡기 위해 산과 계곡을 돌아다니다가 가시에 찔리고 물에 빠지고,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다가 넘어져 옷이 찢어지고 무릎을 다쳤던 기억이 엊그제 일처럼 떠올랐다.

지금 우리 아이들도 채집은 안 하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생태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시간은 가져보아야 한다. 그래야 생명의 신비와 다양한 동식물이 왜 서로 상생하고 공존해야 하는가를 은연중에 깨닫게 된다. 장마가 끝나면 생물도감을 들고 산과 들, 강과 계곡, 습지와 늪, 다양한 생태 공원과 수목원 등으로 생태 여행을 떠나보자. 신나는 방학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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