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음과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실내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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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2   |  발행일 2019-07-22 제31면   |  수정 2019-07-22

주택가 실내 골프장이 소음 문제를 유발하고, 실내 설비는 대부분 화재에 취약해 문제다. 지난 1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실내골프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 두가지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골프공을 때릴 때 나는 소음이 오랫동안 이웃 주민의 불편을 초래했고, 견디다 못한 주민이 인화물질을 골프장 2층 실내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방화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방화 때 숨진 주민의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공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방화 사건 이전에 수년간 민원을 제기했고 다툼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비화된 것이다.

스크린 골프장을 비롯한 실내 골프 시설은 ‘생활소음·진동 관리법 시행규칙’의 규제에 따라 기준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행정처분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5분간 소리를 측정해 평균을 내는 방식의 현행 소음 측정으로는 실내 골프장의 소음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정하게 나는 소리가 아니라 이용객이 있을 때만 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소음이 행여 규정된 기준을 넘는다 해도 방음시설 설치를 강제하거나 골프장 운영방식을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실내 골프장은 허가가 필요없고 단순히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세밀히 규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실내 골프장은 소음도 문제지만 실내에 깔린 인조 잔디 등 가연성 물질이 많다. 게다가 대부분 밀폐형 구조여서 화재 때 탈출이 쉽지 않다. 또한 대다수가 영세 업체여서 골프장 룸내 내장재나 가구도 방염처리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만큼 초기 진화에 큰 도움을 주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필요하지만 설치 의무가 없다. 더구나 실내 골프장은 근래들어 주택가에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말 기준 대구지역 실내골프장은 180곳이고, 신고된 영업장은 225곳이다. 그런데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골프공 타격 소음을 포함한 운동기구 소음은 2016년 184건, 2017년 282건, 2018년 36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늦기 전에 소방법 규정과 소음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고시원과 같은 다중 밀집 장소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있듯이 실내 골프장도 소방설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유사한 사건이 언제 어디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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