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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성공의 비싼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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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2

지난 6월 제목도 거창한 ‘고교 졸업 40주년’ 행사에 다녀왔다. 나이 60을 코앞에 둔 고교 동기들이 졸업한 지 40년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10년 전 열린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도 일부 있었지만, 필자를 포함한 다수는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전체 동기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필자처럼 아내의 병간호 등 이런저런 개인 사정을 핑계로 공식 동기행사 참석을 기피해온 처지였다. 상당수 동병상련 입장이어서 40년 만의 전체 동기회 참석은 감회가 컸다고나 할까. 다들 그런 심적 동요를 꾹꾹 눌러 감추느라 애쓰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1979년 고교를 졸업한 지 40주년을 맞아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 모인 경남 J고 49회 동기생 264명의 모습은 한마디로 ‘각양각색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동기들은 외모 차이가 너무 커 놀라웠다. 폭삭 삭아서 70세로 보이는 동기, 반대로 50세 정도로 어려 보이는 동기도 있었다. 아주 젊거나 지나치게 늙어 보임을 좌우한 것은 고교 졸업 후 40년간 각자 어떤 환경에서 살았느냐 하는 삶의 강도일 것이다. 험난한 자갈길을 많이 걸은 경우, 재주·재수가 좋아 고운 비단길만 거친 과정의 격차이리라. 또한 스스로를 돌보고 추스르는 관리능력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다수는 60년 살아온 세월 그대로를 외모에 투영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일부 동기들의 모습은 너무 대조적이어서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참석 동기 중 206명은 아내와 동행했다. 동기들 배우자인 중년 여성 206명의 다채로운 면면도 여러 의미를 던져 주었다. 특히 배우자를 잘 만나서 잘살고, 외모에 광채가 나는 동기들은 자신감도 달라 보여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아서 다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잘난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한 부류끼리의 동류의식이 훨씬 안정감을 주는 법이다. 상대적으로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지나치게 의식한 몇몇은 과도하게 술을 들이켜기도 했다.

필자는 이런 불유쾌한 상황에 강한 편이다. 어떤 최악의 경우든 위안은 있기 마련이다. 선각자·선험자들이 남긴 적절한 경구도 침울한 상황에 간혹 위로가 된다. 예를 들면 ‘인생은 극장과도 같아서 때로는 가장 열등한 소인배가 극장의 최상석을 차지하기도 한다’ 같은 말이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공부 잘하고 성격 좋던 동기놈은 좋은 대학서 석·박사 따고 수도권 대학교에서 교수하고 있었다. 이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공부는 못했어도 친화력 강했던 동기는 부러워할 명함을 지니고 있어 대비가 됐다. 어떤 동기는 사업에 성공해 때깔과 기품이 달라져 있었다. 고교 때 별로 부각되지도 않고 존재감이 없던 그다. 역시 구석에서 얌전했던 어떤 동기는 지방 국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서 교직 이수로 중등 교사를 거쳐 교장이 돼 있었다. 오지랖 넓고 놀기 좋아하던 어떤 동기는 막걸리 대리점을 한다고 했고, 한의사가 된 동기는 한의사 아내를 만나 둘이 한방병원을 크게 운영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각자 살아온 40년의 과정은 다양성 속에 다들 지난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와 조직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과 식솔들 밥 안 굶기면 기본은 한 셈이다. 거창한 민족중흥 기치나 역사적 사명 같은 호사는 기본을 갖춘 다음 단계 아닌가. 여전히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동문에 대한 험담도 있었다. 그런 친구는 일류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동기들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신양명(立身揚名), 부귀공명(富貴功名), 금의환향(錦衣還鄕)을 성공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9년 현재의 시각은 아주 다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으면 일단 성공이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평온·여가·독립·자존을 희생시켰다면 성공의 대가도 너무 비싸다. 이번 고교졸업 40주년 행사를 통해 새삼 되새긴 대목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토퍼 몰리(1890~1957)는 ‘당신의 인생을 당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성공이다’는 말을 남겼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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