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감각수업] 호감 가는 목소리는 마음 훔치는 강력한 자본…‘자신감’이 좋은 목소리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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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6   |  발행일 2019-07-26 제39면   |  수정 2019-07-26
[노희정의 감각수업] 호감 가는 목소리는 마음 훔치는 강력한 자본…‘자신감’이 좋은 목소리의 원천
[노희정의 감각수업] 호감 가는 목소리는 마음 훔치는 강력한 자본…‘자신감’이 좋은 목소리의 원천

당신의 목소리에 연봉이 달라진다.

이수연 감독은 김대명의 목소리 때문에 그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다. “묘하게 신경을 긁는 목소리가 키 포인트였다. 여러 작품 속의 김대명씨를 보며 ‘아, 정말 이 요물 같은 배우와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며 영화 ‘해빙’에서 친절함과 섬뜩함을 오가는 ‘성근’역에 김대명을 캐스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즉 배우 김대명은 그의 목소리 덕분에 영화의 주연을 따낸 것이다.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인기 있는 배우들은 외모도 멋지고 연기도 잘하지만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라온제나 스피치의 임유정 원장은 여성지 ‘BAZAAR’에서 남자 배우들의 목소리를 분석했다. 이병헌은 다른 배우들보다 한 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이다. 톤을 낮게 하려면 복식호흡을 통해 깊이 숨을 채웠다 뱉으면서 소리를 내야 한다. 그만큼 말할 때 깊은 내공을 갖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동그란 모양의 목소리로, 자신감이 있고 상대방을 배려한다.

목소리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타고난 목소리와 울림을 가진 공명 목소리다. 타고난 목소리는 개성이 있고, 공명이 많은 목소리는 편안함과 신뢰감을 준다. 배우 김남길은 타고난 목소리도 좋고 공명도 좋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에는 유쾌하고 밝은 성격과 신뢰감이 드러난다. 이처럼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강력한 자본이 될 수 있다.

즐겨보는 다큐 프로그램에서 여성들은 어떤 남성의 목소리에 끌리는지 실험을 해봤다.

러브스토리가 담긴 구절을 네명의 남성에게 읽게 한 다음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그 중 가장 끌리는 목소리를 선택하게 했다. 그랬더니 여성 참가자 전원이 한 사람의 목소리에 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중저음에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였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세일을 알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 중 유독 끌리는 목소리가 있다. 물건에 손이 한 번 더 가고 구매확률도 높아진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13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목소리와 최고경영자의 성공 관계를 분석한 연구다. 미국 792개 기업 CEO의 연설과 기업의 경영 실적 관계를 분석했다. 792개 기업 CEO의 평균 나이는 56세, 평균 연봉은 370만달러, 평균 재직기간은 5년, 평균적인 목소리 주파수는 125.5㎐였다.

목소리 주파수가 평균보다 낮은 경영자일수록 연봉이 18만7천달러가 높고, 재직기간 역시 약 5개월이 길었다. 즉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CEO는 목소리가 높은 CEO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재직기간도 길었다. 청각을 자극하는 목소리가 연봉을 결정하는 셈이다.

목소리는 타고나는 부분이 크다. 중저음의 목소리를 타고났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중저음이나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훈련으로 어느 정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좋은 목소리의 원천이다. 중저음 톤에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도 자신감이 없으면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청각을 자극하는 목소리에 자신감을 불어넣자. 자신감 있는 목소리는 고객에게 호감을 심어준다.

타 지방에서 오전 강의가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가라앉은 상태일 때가 많다. 화장하고 강의 준비하고 허겁지겁 차를 몰고 출발한다. 차 안은 목소리를 풀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때에 따라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혀를 입안에서 빙빙 돌리거나 스피치 기법을 통해 목을 푼다.

호감가는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른손은 가슴에 대고 왼손은 배에 올리고 가슴은 움직이지 않게 하며 코로 숨을 들여마신다. 배가 볼록하게 나오도록 한 뒤 ‘쓰’하는 소리를 내며 균일하게 천천히 입으로 내뱉는다. 배가 등에 붙는다는 기분으로. 이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호흡이 길어져 목소리가 좋아진다. 그리고 입술을 풀기 위해 ‘푸를르르’하고 털어내는 훈련과 ‘똑딱똑딱’ 소리를 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하는 소리를 우선 내고 문장 단락을 읽고 또 ‘음’하는 소리를 내고 단락을 읽는 것을 반복하게 되면 안정되고 호감가는 목소리를 가지게 된다. 그럼 어느덧 자신감이 차오른다.

백화점 VMD에서 소상공인 VMD를 시작하면서 서민경제 바로미터를 매일 본다. 최근 들어 누구 하나 ‘잘 된다’는 소리 듣기가 참으로 힘들다. 불황이라면 희망이라도 갖고 살 텐데 불황을 넘어 ‘빙하기’라고 답답해 하는 사람이 많다. 강의를 나갈 때마다 목소리를 한 번 더 점검하고 훈련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다. 내 목소리가 작은 불꽃이 되어 다시 한 번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리에 양 손을 올리고 크게 외쳐보자. 나는 ‘원더우먼’이다. 나는 ‘슈퍼맨’이다. 자신감이 올라가는 목소리가 내 귀에 먼저 들릴 것이다.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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