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의 도시디자인과 문화] 도시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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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6   |  발행일 2019-07-26 제39면   |  수정 2019-07-26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역민이 만든 도시의 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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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인 부산 수영구의 고려제강 공장은 과거 자재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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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시민들에게 열린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본 다케오시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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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에치고 쓰마리에서 열린 ‘대지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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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필동 스트리트뮤지엄 거리 곳곳에 유명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도시를 말할 때 도시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덧 12번째 마지막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늘 느끼고 말하는 것이지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공유하는 곳이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를 어떤 색으로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그 역할을 한다.

성공한 도시에는 항상 생각이 다른 한 사람 또는 그룹이 존재하는 걸 느낀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고려제강은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전국에서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이 지역민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재개발이 필요한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 이곳, 공장 부지에 아파트나 고층건물이 줄줄이 들어서서 문화재생의 방향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 40년간 임대 계약을 한 부산 고려제강 대표의 인생철학이 없었다면 고려제강의 도시재생은 존재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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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인이 지역민에 대한 보답
도시재생 이끈 고려제강 복합문화공간
새 골목길 문화 제시 스트리트뮤지엄

예술로 마을 잇고 소통 日 대지예술제
항구도시 창고·빈집 활용 예술촌 변모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는 도넛유치원
스타벅스와 만난 라이프 스타일 도서관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관광도시 기적



또 한 사람, 서울 필동의 새로운 골목길 문화로 자리 잡은 스트리트뮤지엄의 박동현 대표를 기억한다. 대부분의 골목길 활성화 사업을 관(官)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달리 개인이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필동과 남산골한옥마을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던 분이다. 경남 산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막노동에 중국집 배달원도 하고 밥벌이를 위해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며 살아온 충무로에서 일을 익히고 지금의 자기를 만든 후미진 한 골목길을 문화예술로 채워서 보답을 하고자 시작하게 된 스트리트뮤지엄 예술거리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 또한 한 사람의 의지와 지역에 대한 애착심으로 새로운 골목문화를 만든 것이다.

특별한 마음으로 도시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보답하는 마음으로 추진을 했다는 점은 도시는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다 같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란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예술이 도시를 바꾼다는 사례를 들었던 에치고 쓰마리 대지예술제는 일본의 4대 예술제 중 하나인 니가타현 에치고 쓰마리(도카마치시와 쓰난마치를 말함)에서 열린다. 이 또한 시작은 예술로 마을을 잇고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한 명의 공무원이 제안해 시작됐다. 예술가, 건축가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잘 어울리도록 작품을 현지에서 제작하여 공감을 얻었고 성공으로 이끌어낸 곳이다.

물론 성공의 배경을 살펴보면 한 사람만의 노력은 아니다. 무엇보다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지역주민들이 실제 작품에 참여하고 스스로 작품을 관리한다는 것. 또 지역에서 나오는 식자재를 가지고 주민들이 직접 밥상을 차리고 방문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행위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도시를 가꾸고 사람을 이끌고 있다.

아직도 ‘포템킨’이라는 작품을 잊을 수 없다. 강물이 흐르는 농가의 한 귀퉁이에 서 있던 작품. 쓰레기를 투기하고 마을을 황폐하게 만들던 그 자리에 포템킨 작품으로 인해 관광객이 오고 더 이상 쓰레기를 투기하지 않게 되니 고령의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작품 밑에 깔린 하얀 자갈을 걸레로 닦아가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착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역시 도시를 만드는 키워드는 사람이다. 그곳에 사는 주민이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갖는 작은 마음에서 도시는 아름답게 만들어져 간다.

경관조성지구로 일본 이와세 문화예술촌은 공가재생 선도사례로 유명하다. 이와세 지구는 예로부터 항구도시로 번영했으나 지리적 여건상 푄 현상으로 인해 약 120년 전에 1천여가구의 가옥 중 650가구가 소실됐다고 한다. 이와세 예술촌 마치즈쿠리(근린재생)를 시작한 주인공은 현재 주조점(酒造店) ‘마스다’와 ‘이와세마치즈쿠리<주>’를 경영하고 있는 마스다씨다. 선박화물용 창고와 당근저장고를 해체하기로 했으나 마스다씨가 이 건물을 구입해 주점(판매점), 메밀요리점, 유리공방, 도예공방 등 모던한 이미지의 건물로 개축했다. 이후 북륙은행, 목공소 등의 공가재생이 이뤄졌으며 도야마 국제직예학원(기술 및 예술 전문학원)과의 인턴십 등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에 유학을 하면서 점차 지역에 대한 애착심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재생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미치지 않으면 마을을 살릴 수 없다”는 광주 동구 마을활동가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 한 명의 결단과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일본 도쿄 다치카와시 동그란 도넛 모양의 후지유치원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유치원 원장의 요청에 의해 건축가 데즈카 다카하루가 설계했다. 아이들을 위해 하나의 하늘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유치원 원장과 설계자의 성과라고 볼 수 있는 이 유치원은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 모두가 기억하는 장소가 됐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이다.

일본의 마지막 사례로 다케오시 시립도서관 역시 다케오시 젊은 시장 한 사람의 생각이 도시를 바뀌게 한 사례다. 시립도서관 안에 스타벅스 커피숍이 있고 판매 공간과 책의 진열방식이 색다른 전략인 ‘라이프 스타일’ 라이브러리다. 그 결과가 놀랍게도 인구 5만명의 도시에 100만명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시골마을에 새로운 신축건물이 올라가는 지역 활성화를 가져온 사례지역으로 변모했다.

도시의 색을 만들고 그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래도록 도시에서 진행돼야 할 점이다. 그리고 올바른 제도가 있고 그 제도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 “미쳐야 산다”는 한 구절처럼 우수사례 도시를 벤치마킹하면 반드시 시작에는 한 사람이 있다. 단 한 사람의 생각으로 변화는 시작됐으나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함께 하지 않았다면 우수한 도시의 모습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공예술과 도시의 사례를 들었던 캐나다 토론토는 정부차원에서 공공예술작품은 건축가·엔지니어·예술가의 협업을 지원하고 있고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면서 공원, 광장, 정부 개발시설 등을 건설함에 있어서 일정비율을 예술작품에 할당했다. 또 위원회를 시민그룹으로 구성해 도시계획공무원이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정책에 대한 조언을 듣도록 한다.

시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공예술품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며 도시는 역시 사람이 만들어가고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기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기준을 가지고 가꾸어 나간다는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얻고 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훌륭한 경관을 형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에는 사람이 키워드다. 대구 달성군 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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