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롱 샷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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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6   |  발행일 2019-07-26 제42면   |  수정 2019-07-26
첫사랑의 그녀, 강력한 대선후보로 나타나다
[금주의 영화] 롱 샷

자유분방한 마이너 언론사 기자 프레드(세스 로건)는 회사가 보수 미디어 재벌 기업에 인수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표를 던진다. 돈과 명예보다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다. 절친 랜스(오셔 잭슨 주니어)는 백수가 된 프레드를 위로해주겠다며 셀럽들이 모이는 자선파티에 그를 데려간다. 그곳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중 한 명인 미 국무장관 샬롯(샤를리즈 테론)도 참석해 있다. 샬롯은 어린 시절 프레드의 베이비시터이자 첫사랑이다. 그 후 20년이 지났지만 서로를 한눈에 알아본 두 사람.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샬롯은 그에게 자신의 연설문 작가일을 제안하고, 프레드는 흔쾌히 수락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롱 샷’은 ‘거의 승산없는 도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영화에선 강력한 대선 후보 샬롯을 사랑하게 된 프레드를 지칭해 ‘오르지 못할 나무’로 해석된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했을 과거 13세의 프레드는 샬롯이 자신의 베이비시터였다는 사실을 흑역사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스토리’로 승화될 수 있다는 친구 랜스의 말처럼 샬롯이 프레드의 첫사랑이었다는 설정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다.

흥미로운 건 프레드만의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점. 샬롯 역시 자신만의 믿음과 의지로 정책을 펼쳐가는 강인한 모습과는 달리 사랑에 있어서는 보통의 여인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꿈과 미래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을 감수하며 사랑을 택하는 의외의 모습도 보여준다.

프레드는 어린 시절부터 3살 연상인 샬롯의 그런 당당함과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다. 두 사람은 당시 샬롯의 회장 선거 공약인 환경을 보호해 ‘지구를 살려내자’는 견해에 공감하는 등 대화가 제법 잘 통했다. 때문에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바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과거의 얼굴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신념까지 서로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합이 척척 맞는다. 물론 싸울 땐 욕도 서슴없이 내뱉고, 서로에게 짓궂은 농담도 나누지만 이내 두 눈을 의심케 만드는 애정행각도 이어진다.

국무장관 신분의 샬롯과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프레드는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연상연하를 넘어 완전히 뒤바뀐 관계 설정 안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말맛나는 대사와 화끈한 몸 개그를 더해 리듬감있게 펼쳐간다.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다분히 미국적인 정서와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대사와 설정이지만 이질감없이 영화가 추구하는 재미와 매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르:코미디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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