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한일 지자체 간 교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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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7   |  발행일 2019-07-27 제23면   |  수정 2019-07-27
[토요단상] 한일 지자체 간 교류가 필요한 때다
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경제와 안보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일갈등으로 인해 한일재계의 교류가 중단되고 청소년의 교류사업마저도 중단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와 민간차원에서의 교류가 필요하다. 한일 양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적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중앙정부 간에는 해결하기 힘든 정치문제에 부딪히면 교류가 중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상호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나 민간교류에 있어서는 정치적 영향이 비교적 적을 수 있다. 대경권과 일본 간사이권의 지방자치단체 간에는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면서 17년 이상 산업 및 인적 교류를 계속해 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와 간사이광역연합은 2012년 3월에 산업교류와 지역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 해 10월에는 일본 시가현에서 개최된 ‘비와호 환경비즈니스멧세’에 두 기관이 공동으로 참가했으며, 2013년 4월에는 대구에서 ‘한일국제환경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과정에 있어서도 교류 중단의 위기가 있었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정부가 강력히 반발하였지만, 두 기관은 인적교류를 통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중단의 위기를 극복해 왔다. 2013년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대경권 경제발전위원회는 해체되었지만 대경권과 간사이권 간의 교류는 계속되어 왔다. 2015년 4월에는 간사이광역연합이 제7회 세계물포럼에 참가하고, 2017년 9월에는 TCI아시아지부 설립과 국제회의 등 여러 이벤트를 함께해 왔다. 또한 간사이광역연합의 사무국장이 대구와 포항에서 자연재해 관련 강연을 하고 많은 연구비와 시간을 들여 발간한 ‘지진대책 매뉴얼’을 경북도에 전달한 바 있다. 제7회 세계물포럼은 간사이광역연합의 연합장(효고현 지사), 시가현의 전 지사와 현역 부지사 일행이 세미나를 열고 경북도지사와 만찬을 가지는 등 양 지역의 우호관계를 크게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간사이광역연합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은 전후 고도경제성장과 더불어 수도권 일극집중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재정적자 확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한 광역연합의 형성이 추진되었다. 지방자치단체는 경제규모의 확대로 경제활동범위가 행정구역을 초월해 광역화해 감에 따라 교통체계의 정비와 지역생활권 조성 등의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보다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목표로 광역연합이 형성되었는데 복수의 도도부현이 광역연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간사이광역연합이 유일하다. 간사이광역연합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대한 간사이권의 경제적 지위 저하를 막고 지역활성화를 목표로 2010년 12월에 설립된 특별 지방공공단체다. 현재 오사카부와 교토부의 2부와 시가현, 효고현, 나라현 등 6현, 오사카시, 교토시, 고베시 등 4정령시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약 2천200만명)와 지역총생산은 일본 전체의 약 17%에 해당하는 거대한 지방자치단체다. 경제면에서 보면 한국GDP(국내총생산)의 약 60%에 해당하고 터키나 인도네시아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간사이권은 우리에게 익숙한 나선형 모기향, 회전초밥, 컵라면, 카메라내장 휴대전화의 발상지이다. 그리고 파나소닉, 교세라, 산토리, 아식스 등 글로벌 기업이 집적해 있으며, 세계적인 iPS(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교토와 나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의 하나다.

한일 간의 문제는 어느 한쪽이 양보해서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참을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상호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한일 양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일수록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와 민간교류를 한층 더 활성화시켜 가야 할 것이다. 간사이권과의 제휴 및 협력관계는 대경권의 지역활성화를 꾀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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