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짝퉁 진보, 짝퉁 보수는 사라져야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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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9   |  발행일 2019-07-29 제27면   |  수정 2019-07-29
[월요칼럼] 짝퉁 진보, 짝퉁 보수는 사라져야

친북, 좌빨, 반(反)기업, 적폐, 친일, 수구골통 등. 우리는 이런 단어를 접할 때 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쉽게 연상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이미 자신도 모르게 타의에 의해 형성된 프레임(Frame)에 물들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의 틀’이다. 자신의 삶의 지표인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정형화된 관념일 수도 있다. 공정한 프레임은 현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지만, 극단으로 치우친 프레임은 모든 현상을 흑백논리나 한두 사례를 침소봉대하는 과잉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한다. 정치에서의 프레임은 이와 같은 개인의 심리적 현상을 넘어 특정 정치 세력이 상황을 자기 정치집단의 이념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재구성해 나가는 행위를 말할 때 쓰인다.

지금 우리사회는 극도의 프레임 정쟁(政爭)으로 서로를 난도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세대와 계층, 지역과 지역, 언론과 언론이 양 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 정부·여당과 진보 진영은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을 부정과 부패의 전형인 적폐세력이고,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방해하는 반통일, 친일 세력이라고 낙인찍고 있다. 반면 한국당 등 보수 세력은 정부·여당이 386운동권 중심의 이념적 편향성에 사로잡혀 친북 좌파정책에만 몰두하고, 사기업을 적대시하는, 좌익 빨갱이 집단이라고 몰아붙인다.

이들은 북핵문제와 일본의 경제보복, 미중 무역전쟁, 국내의 경제난 등 중대 현안 해결에 협력하기는커녕 서로 간에 총질하며 프레임 씌우기에 열중하느라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프레임 씌우기가 도를 넘다보니 북한과 경제협력을 강조하면 빨갱이가 되고, 일본과의 우호 협력 필요성을 주장하면 친일파가 된다. 동인과 서인들이 국론분열에 열중하다 예고된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백성들만 피해를 당한 역사와 다르지 않다. 프레임 정쟁의 희생양은 결국 국민들에게 귀결된다.

이들의 정치놀음을 보면 건전한 진보나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 모든 사안을 정치 공학적으로만 보고 상대방을 궤멸시키는 데 몰입한다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짝퉁 진보, 사이비 보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짝퉁들에게 나라를 맡겨선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걱정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진보와 보수, 중도는 서로가 극단적으로 이탈하여 가는 관계가 아니라 적절한 조율을 통해 선(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관계다. 마차가 달리려면 오른쪽과 왼쪽 바퀴, 그리고 방향을 잡아주는 운전대가 있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진보는 좀 더 빨리, 보수는 좀 더 신중하게 가려는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정치와 언론, 노동계 할 것 없이 모두 극단의 진보와 극단의 보수 중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설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근거가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양비론(兩非論)조차 배척당한다. 중도는 설 자리를 잃고 어정쩡함, 기회주의로 폄훼되고 있다. 사실 중도(中道)는 중간이 아니라 양극단을 초월하는 공명정대함이며, 정의이고, 보편적인 상식이다. 빨리 또는 늦게 가려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 이를 바로 잡아주는 중심축인 운전대 역할을 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누가 뭐래도 반통일이 아니라 남북 간 화해와 협력·통일을 희망하고, 경제 파탄이 아니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바란다.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극일(克日) 정신으로 아베의 경제보복을 이겨내고 튼실한 자강경제를 확립하길 바라고 있다. 정치권은 상대방 낙인찍기에만 몰두하는 기만적 프레임 정쟁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현혹시키지 말아야 한다. 프레임 씌우기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그들을 특정한 이념적 프레임의 노예로 만드는 행위는 정치의 본질은 물론 국민적 염원과도 배치된다. 개인 또한 사이비 진보, 짝퉁 보수의 프레임에 속지 말고 열린 마음, 지혜로운 마음으로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오류와 편견으로 염색된 프레임은 현실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진실을 왜곡할 뿐이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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