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구 규제자유특구, 무엇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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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30   |  발행일 2019-07-30 제27면   |  수정 2019-07-30
[CEO 칼럼] 대구 규제자유특구, 무엇을 어떻게?

지난 7월24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7개 지역을 최종 발표했다. 지자체 추산으로 이들 특구에서는 향후 4~5년간 매출 7천억원, 3천500명의 고용 효과 외 약 400개사의 기업유치가 예상된다고 하니 이번에 지정 보류된 수도권이나 울산 등지에서는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적용될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 속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시범 사업, 임시 허가 등으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 이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다. 첨단기술제품의 개발환경과 출시속도의 중요성을 감안한 제도다.

대구시는 그동안 전략적으로 투자해온 의료기기,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ICT)융합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인프라와 기업 생태계 및 지속적인 노력으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웰니스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됐다. 4개 지역 1천479만5천㎡ 입지에 역외 유치 14개 특구사업자를 포함한 37개 특구사업자들이 실증특례 5건과 메뉴판식 규제특례 1건 등 총 6건의 특례 요청을 통해 4개의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이는 첨단 의료기기 공동제조소 구축(1공장 1사업자의 의료기기 제조규제의 완화), 인체 유래 콜라겐 적용 의료기기 상용화 플랫폼 구축(지방흡입시술로 버려지는 인체 지방의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인체 유래 콜라겐 원자재를 확보), 스마트 임상시험·관리 플랫폼 실증 사업(재택장비를 통해 측정한 임상데이터를 원격 획득해 기업 임상시험비용의 30% 절감), 사물인터넷(IoT) 기반 웰니스 정보 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이들 실증사업이 대구시의 새로운 전략적 지렛대가 될 수 있을까. 이들 실증사업의 본질적인 장점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대구 맞춤형이란 점과 그간 헤매고 있었던 IBA(IoT, Big data, AI)를 산업화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지정된 타 지역과 비교할 때 우리가 제시한 실증사업은 기술·경험의 축적도와 기반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의 측면에서 분명히 우위가 있다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의료기기는 지난 5년간 적어도 10% 후반대에서 23%까지의 연 매출성장률을 보여 왔고 해외의 펀드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 기존 치과 의료기기와 임플란트 중심에서 성장성이 높고 고부가가치인 3차원 프린팅 기반 정형 임플란트 분야, 콜라겐 함유 의료기기, 임상시험 등에서 국내 주도권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 가능한 계기가 될 것이다. 실증사업 분야에서 규제자유특구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일종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역외기업들이 우리 특구의 실증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타 지역에서는 상존하는 규제 문제로 우리 특구 내 사업자들과 협력하거나 특구 안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웰니스 정보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대구테크노파크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비식별화된 의료정보를 제공받아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해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업의 의료정보 활용비용을 80% 절감하고 개발되는 의료기기의 성능과 정밀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비즈니스모델은 전형적인 4차 산업혁명 대응형으로 의료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규제자유특구는 제도적인 기회일 뿐이지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기회를 견인하는 것은 사업을 실제로 구현시킬 기술력 향상과 국내에서 해외로 이어지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조기구축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집중력이 필요할 때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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