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유니버설스튜디오 대구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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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31   |  발행일 2019-07-31 제26면   |  수정 2019-07-31
3선 도전 시사한 권영진 시장
대구공항 이전 책임질 수 있는
각서 버금가는 입장 표명해야
후적지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리더의 결단이 도시를 바꾼다
[동대구로에서] 유니버설스튜디오 대구

2016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대구공항·K2군공항 통합이전 사업이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단초가 된 영남권 신공항 대안인 김해공항 확장은 부산·울산·경남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으로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관련한 대구시의 지역여론 수렴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부산시는 매월 정기 여론조사를 통해 동남권 관문공항(가덕도신공항)에 대한 부산 민심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0~22일 부산지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부산시의 지역현안 6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9%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추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의견이 3월 68.5%, 4월 69.5%, 5월 65.3%를 보이며 부산시민 절반 이상은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부산지역 한 언론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취임한 이후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시민의 지지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오거돈 시장과 부산시는 당연시했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시의 공항 기사와 관련한 언론 대처와는 대조적이다.

대구시가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한 지 정확히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대구시가 공개적으로 통합이전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 지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었다. 통합이전 추진에 대한 경과보고와 당위성 홍보만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3선 불출마를 못박았던 권 시장이 돌연 3선 도전도 고려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명분은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따른 K2 후적지의 제대로 된 개발이다.

적잖은 대구 시민들의 반대에도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밀어붙인 권 시장이 K2 후적지의 완성을 위한 3선 도전에 나서려면 특단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 행여 권 시장이 떠난 뒤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후적지 개발이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각서는 쓰지 않더라도 각서에 버금가는 입장 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대구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대구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여기에 더해 권 시장의 주장처럼 대구공항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후적지 개발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후적지 개발마저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권 시장의 입맛대로 추진된다면 대구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2017년 4월,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 캠프 언론특보단이 대구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언론특보들은 “대구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가능하면 TK(대구경북)를 위해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치부장들은 한목소리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구에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유는 대구가 소비도시라는 점과 30년 가까이 대기업 유치에만 목을 맨 결과, 청년들의 ‘탈(脫)대구’ 현상만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1993년부터 각종 선거 때마다 ‘대기업 유치’는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결과는 어떠했나. 그럼에도 권 시장은 K2 후적지를 또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시티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공항이 이전한다면 대구공항·K2 후적지는 분명 대구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유치한 경기도는 한 발 앞서 4조5천억원 규모의 대형 테마파크를 화성시에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의 투자를 받아 ‘유니버설스튜디오 싱가포르’ 등과 경쟁 가능한 세계적인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이 즐비한 경기도도 테마파크 사업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늦은감은 있지만 대구시도 패러다임을 바꿨으면 한다. 광주의 한 마을활동가는 “누군가가 미치지 않으면 마을을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죽어가는 마을과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리더의 결단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구뿐 아니라 안동에서까지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권 시장의 사고 전환이 대구를 살릴 수 있다.

임성수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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