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포항·구미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선도하는 꿈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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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2   |  발행일 2019-08-02 제23면   |  수정 2019-08-02
20190802
논설실장

포항시와 구미시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경북도내 1, 2위를 다툰다. 인구는 포항시(50만8천537명·6월 현재)가 1위다. 구미시(42만507명)가 2위지만 포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사업체 수에서도 포항시(4만2천여개) 1위, 구미시 2위(3만4천여개)다. GRDP(지역내총생산)에서는 역전이다. 구미(28조1천억원·2016년 기준)-포항(17조원) 순이다. 1인당 생산액에서는 포항시가 굴욕적이다. 1위 구미시의 1인당 생산액은 6천600여만원(2016년)이다. 포항시는 경북 평균(3천6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해 겨우 8위에 랭크됐다. 두 도시 모두 젊은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구미는 36.8세로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도 가장 젊은 도시다. 포항은 42세로 이보다는 조금 높다. 도시가 젊다함은 미래성장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두 도시를 설계한 사람은 박정희, 이병철, 박태준이다. 이들의 꿈을 좇은 수많은 산업역군들의 땀의 결정체가 포항과 구미다. 세 사람은 지금의 포항, 구미를 보고 뭐라 할까. ‘그래 자랑스럽다’고 칭찬할까. 역사를 반추해보면 포항과 구미는 이미 세계적 산업도시가 돼 있어야 한다. 경북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을 도시가 아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짧은 시일에 세계 10위권 국가가 된 과정을 어찌 포항, 구미 없이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벌써 선진국 초입에 도달했는데, 그 중흥의 시동을 걸었던 포항과 구미는 226개 자치단체의 하나에 머물고 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의 결과가 애석하다.

구미를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전에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되었나. 구미로 인해 잘나갔다. 지금 구미경제가 힘들어졌다. 시대 변화를 따라잡는데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기 죽지 말자. 어렵지만 힘을 내자”고 했다. 포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도지사가 포항에 갔었어도 비슷한 얘기를 했을 것이다.

2019년은 포항시, 구미시에 의미 있는 해다. 포항시승격 70주년, 구미산단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는 지난해 창사 50주년, 구미산단에 둥지 튼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내년이 40주년이다. 포항과 구미, 포스코와 삼성전자, 반세기 동안 섬유·철강·IT산업을 이끈 한국경제 성장기의 메카였다. 산업입국, 부국강병의 초석이었다. 이게 다 대구경북에서 시작했다. 대구경북민의 자긍심이다.

의미 있는 해에 의미 있는 새출발을 알려야 한다. 때가 무르익었다. 포항과 구미, 포스코와 삼성전자, 철강과 IT산업의 위기가 눈앞에 왔다. 이제 강력한 미래형 새 엔진을 장착할 때다. 그 밑그림을 그려 선포하고 제2 도약의 출발을 알려야 한다. 시승격 70주년, 산단설립 50주년을 맞은 올해가 적기다.

마침 기회가 왔다. 포항시가 7월24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고, 하루 뒤 ‘구미형 일자리 사업’ 협약이 체결됐다. 포항은 새 기술로 혁신성장을 시험할 토대를 마련했다. 구미는 LG화학 공장을 품었다. 포항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 구미는 자동차용 배터리 양극재사업의 시동을 걸게 됐다. 업종 선택이 탁월했다. 모두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다. 미래 노다지 산업이다. 특히 2차전지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주목해 경북도가 2차전지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선택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성장이 둔화된 섬유·철강·IT를 넘어 2차전지산업으로 한국경제를 다시 한 번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50년전 박정희, 이병철, 박태준의 꿈처럼 말이다.

이철우 도지사, 이강덕 시장, 장세용 시장도 그리 못할 것없다. 세 사람이 손 한 번 굳게 잡았으면 한다. 구미산단 50주년, 포항시승격 70주년 행사에 서로 오가며 ‘경북부활’을 선포하고 다짐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좋겠다. 앞장 선 리더들의 그런 꿈, 맞잡은 손만으로도 경북민의 자긍심 게이지(Gauge)는 높아질 것이다. 쪼그라든 경북인의 마음의 영토도 넓어질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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