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Ⅲ-이스라엘을 가다 .3] 테크니온공과대학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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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6   |  발행일 2019-08-06 제6면   |  수정 2019-08-06
‘게임 체인저’ 명성…이스라엘 노벨화학상 4명 중 3명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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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온공대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최고의 대학이다. 테크니온공대 주변에는 구글, MS,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연구소가 몰려있다. 테크니온공대 전경. 작은 사진은 길 라이너(Gil Lainer) 테크니온공대 대외홍보국장. <테크니온공대 제공>


테크니온공과대학(TECHNION 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전세계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창업국가·혁신국가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테크니온공대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기 36년 전인 1912년 4월11일에 학교건립을 위한 초석이 놓여졌다. 전세계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산업혁명으로 통신과 인쇄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반(反)유대주의에 맞선 조직을 본격화하던 시점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국가재건을 위해서는 기술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오스만투르크가 지배하던 팔레스타인 사막지역에 학교를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 북부인 하이파지역이다. 1924년 17명의 학생(1명은 여학생)으로 정식개교했다. 당시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직접 학교를 둘러보고 커리큘럼 구성 등 학교설립에 깊이 관여했다. 자신이 직접 강의는 하지 않았지만 제자와 동료 과학자들이 테크니온공대에서 강의하도록 했으며, 자신은 독일에서 처음으로 후원그룹인 테크니온 소사이어티를 결성해 물심양면으로 학교발전을 도왔다. 테크니온공대는 과학기술강국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로이터 통신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0개 대학’에 지난 3년간 포함됐다. 세계대학 학술랭킹(상하이랭킹)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세계 100대 대학에 포함됐으며, 이스라엘 대학 가운데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이스라엘 최고 대학이다. 이공계대학으로서는 세계 50위권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교수와 연구진 수준을 비교한 세계랭킹에서 8위를 차지했는데 미국대학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순위였다. 현재 공학, 의학, 자연과학 등 18개 학부에 1만4천500여명이 재학 중이며 이 가운데 외국유학생은 1천명 정도다. 학부생이 약 1만명이고 석사과정 3천100여명, 박사과정 1천100명이며, 교수진은 550여명이다. 60개의 연구센터와 133개의 학술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길 라이너(Gil Lainer) 대외홍보국장을 만나 테크니온공대의 경쟁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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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루스벨트섬에 조성된 제이콥스 테크닉-코넬 연구소. 금융일변도의 뉴욕을 스타트업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한 뉴욕 포트폴리오 계획으로 추진됐다. <테크니온공대 제공>


컴퓨터사이언스·전기공학 학부
1960년대 이미 신설 미래 대비
아인슈타인이 학교 설립에 관여
기초학문·안보 연구 방향 설정

현재는 나노·물기술 분야 선두
美·中 연구소와 글로벌 협력도
USB메모리·아이언돔 등 개발
구글·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들
테크니온공대 주변 연구소 마련


◆세계 과학기술연구 선도

테크니온공대는 개교 후 치열한 논쟁을 거쳐 순수기초학문을 연구하고 건국과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학문연구를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국가를 유지하고 국제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인력 공급을 위한 대학운영을 표방한 것이다. 테크니온공대는 짧은 대학역사에도 불구하고 미래전략 과학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연구로 국제적인 이공계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50년대 초반 개설한 항공우주학부다. 당시만 해도 많은 국가가 항공우주산업에 무관심한 상황에서 테크니온공대는 이를 미래전략산업으로 보고 연구에 매진한 것이다. 그 덕에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은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드론개발, 방위산업 등에서 세계 상위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테크니온공대는 또 60년대에 컴퓨터사이언스(CS)와 전기공학(EE) 학부도 신설했다.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휠씬 앞서 이미 학문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1969년에는 의과대학을 설립한다. 이공계학교에 의과대가 왜 필요하냐는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미래과학은 의학기술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설립이 허가됐다. 이 같은 선견지명으로 테크니온공대는 의학과 과학을 접목한 새로운 영역에서 전세계 선두주자의 위치를 확보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과학과 의학의 융합연구로 바이오, 의료용로봇 등 테크놀로지가 기반이 된 의학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에는 나노테크놀로지와 물기술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로 히브리어로 된 초극소형 바이블을 3개 제작해 학교와 교황청 등에서 보관하고 있다. 테크니온공대에는 물 관련 세계적인 연구소가 있다. 물처리, 재활용, 물보안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테크니온공대는 앞으로는 학생의 50%가 현재 없는 산업에 종사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디지털 스킬을 키우는 데 교육중점을 두고 있다. 변호사 등 비과학분야 종사자도 데이터나 디지털 기반을 확실히 하도록 하고 있다. 태양에너지, AI, 자율주행차, 바이오, 치매 등 각국에서 기술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거의 모든 분야에서 테크니온공대는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니온공대의 글로벌 협력관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미국 뉴욕에 있는 제이콥스 테크닉-코넬연구소(Jacobs Technion-Cornell Institute)와 중국 광둥성 산 터우에 있는 광둥-테크니온연구소(Guangdong Technion Israel Institute Technology·GTIIT)다.

제이콥스 테크닉-코넬연구소는 2008~2009년 미국 금융위기 때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금융일변도인 뉴욕경제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구상하기 시작했다. 뉴욕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분야 외에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 뉴욕 포트폴리오 플랜에 따라 국제적인 공모를 거쳐 코넬대와 테크니온공대 컨소시엄인 제이콥스 테크닉-코넬연구소가 선정된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테크니온공대의 혁신성과 기업가정신 교육체계를 배워 뉴욕을 창업의 허브, 혁신의 허브로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뉴욕 루스벨트섬에 캠퍼스가 조성됐으며, 미국내에서 완전학 학위를 주는 유일한 외국 대학이다. 이는 당시 뉴욕에 매년 3천~4천명이 스타트업을 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가 이스라엘 사람인 것을 블룸버그 시장이 주목하고 이스라엘 대학 가운데 가장 혁신성이 높고 창업시스템이 잘 돼 있는 테크니온공대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광둥-테크니온연구소 또한 비슷한 과정으로 설립됐다. 세계 30대 부자로 알려진 홍콩 Sun Yefang Foundation의 이사회 회장인 리 카싱(Li Ka-shing)의 제안에 의해 개교했다. 광둥성 산 터우 출신인 리카싱은 고향에 세계적인 기술대학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세계 70여개 대학을 견학한 후 테크니온공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역시 테크니온공대의 혁신성과 기업가정신 교육체계를 높이산 것이다. 리카싱의 기부와 광둥성, 산 터우 지자체의 예산 등으로 최첨단 캠퍼스를 조성해 2017년 8월 개교했다. 광둥-테크니온연구소의 비전은 과학 및 기술 분야의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세계적 수준의 국제 대학이 되는 것이다. 테크니온공대의 노하우를 물려받아 산 터우 및 광둥성에서 하이테크 산업 생태계를 육성한다. 영어로 교육하며 재료공학과, 식품공학과, 화학공학과, 환경공학과 등에 5천명 정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희망

세 명의 노벨 수상자가 있는 테크니온공대는 게임 체인저로 인정받을 정도로 이스라엘과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화학분야에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4명인데 3명이 테크니온공대 출신이다. 또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USB메모리와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인 아이언돔(Iron Dome) 등 획기적인 발명품은 테크니온공대 출신들이 최초로 개발했다. 미국 나스닥시장 등록 기업은 국가별로 이스라엘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인데, 이 이스라엘 기업의 3분의 2가 테크니온공대 출신이 이끌고 있다고 한다. 테크니온공대 졸업생의 70% 이상이 이스라엘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첨단 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회사는 이스라엘의 기술 인력 중 85%를 테크니온공대 출신으로 고용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14년 사이 20년 동안 테크니온공대 출신들이 무려 1천602개의 기업을 창업했다. 업종비중은 ICT가 53%, 생명과학이 24% 등으로 기술선도형 기업이다. 이 가운데 800개 이상의 기업이 아직도 활동 중이다. 또 300개 기업은 합병이나 인수되면서 260억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창업으로 인해 최대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테크니온공대는 자체 분석하고 있고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현재에도 교수나 대학원생 등에 의해 매년 12~15개의 스타트업이 이뤄지고,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테크니온 회사에 최대 300만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또 기술 상용화로 연간 3천500만달러의 수익을 얻고 있다.

테크니온공대 연구진과 학생들의 혁신성과 기업가정신을 높이 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테크니온공대 주변에 연구소를 마련하고 있다. 테크니온공대 출신 연구원, 졸업생들과 협업을 통해 기업 혁신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그동안 테크니온공대 출신들이 일궈낸 혁신적인 기술이전 사례를 보면 왜 글로벌 기업이 테크니온과의 협력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몇년간 과학·정보기술분야에서의 혁신기술을 보면 △나노미터 척도 광학 센서(Optical sensing at the nanometer scale) △효율적 수소 생산(Efficient Hydrogen production) △블랙홀 에너지 연구 △단일 광자 방출(Single photon emissions) △생명과학, 의학, 바이오메드, 의약 △항바이오 저항성(Antibiotic resistance) △심박조율기 줄기 세포(Pacemaker stem cells) △새 항생제(New type of antibiotics) 등 굵직한 것이 많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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