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갑상샘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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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6 08:03  |  수정 2019-08-06 08:03  |  발행일 2019-08-06 제19면
장비발달로 癌진단과잉 논란 영향
‘착한 암’‘수술없이 추적관찰’맹신
조기치료 방관하는 환자 안타까워
[건강칼럼] 갑상샘 암

최근 10년간 갑상샘 진료는 관련 치료법뿐만 아니라 초음파 장비의 발전과 변화를 경험했다. 여기에 의료 접근성이 더해져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샘 암 발병률이 선진국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비약적으로 늘어난 수술 횟수에 반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생존율과 수술 후 합병증 문제는 갑상샘 암 진단과잉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잉진료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내부 성찰의 논의가 지속되기도 했다. 또 일부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적극적 추적 관찰 환자군에서의 긍정적인 결과 보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위 조직 침범, 림프절 전이의 근거가 없는 일부 미세유두암 환자에서 적극적 추적 관찰이 환자와 대화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31세 여성 환자가 건강검진 후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 환자는 좌측 갑상샘의 5㎜ 미만의 혹이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통해 갑상샘 유두암으로 진단됐다. 갑상샘 미세유두암이면서 위치가 나쁘지 않아 수술이 급하지 않았다. 또 환자도 향후 수년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적극적 추적관찰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할 경우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사업으로 한창 바쁜 68세 남자 환자의 경우다. 몇달 전부터 양측 목에 만져지는 혹이 있었지만 스스로 갑상샘 암에 대해 알아본 결과 ‘착한 암’ ‘수술 없이 추적관찰’과 같은 설명을 보고는 본인에게도 해당될 것 같다는 판단을 근거로 치료를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목의 종물과 쉰 목소리로 병원을 찾은 그에 대한 진단은 경부, 종격종 림프절 및 원격장기(폐·뼈)의 전이를 동반한 갑상샘 유두암이었다. 수술 후 반복적인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이후 고가의 항암제(표적치료제) 치료를 고려 중이다. 수술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큰 종괴로 인해 침범된 신경의 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쉰 목소리는 여전했고, 부갑상선의 손상으로 칼슘·비타민D제를 복용해도 간혹 느끼는 손·발 저림도 환자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원격전이의 경우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힘들어 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좋은 삶, 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고민이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고찰에서 비롯된 노력일 것이다. 의료기술의 발전 또한 각 개인에게 잘 받아들여져 ‘좋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고민과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에서는 갑상샘 암으로 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비교해 절반 가까운 사망률 감소를 보고한 바 있다. 뚜렷한 증상을 가진 환자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경미한 증상이나 건강에 대한 개인의 궁금증에서 시작한 조기 검사와 조기 진단, 이후 적절한 판단을 통해 조기치료 혹은 적극적 경과관찰(첫째 환자 예)로의 결정은 전혀 무리 없는 프로세스로 생각된다.

갑상샘 진료 관련 기술의 향상 중에 제기된 갑상샘 암 진단 과잉논란이 ‘갑상샘 암 치료는 키워서 해도 된다’와 같은 오해로 이어져 ‘좋은 삶’에 해를 끼치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둘째 환자 예)는 향후 더이상 나타나지 않길 바라본다.

송인욱 (범어샘편한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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