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장사와 사업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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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6   |  발행일 2019-08-06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장사와 사업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장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이라고 적혀 있다.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또는 그 일’ 사업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고 많이 쓰고 있는 두 명사이며, 언뜻 느끼기에 장사가 성장하여 체계적으로 커지면 사업이 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장사는 조금 작은 사업이며, 사업은 상대적으로 큰 장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추측하여 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구 도심지에 몇 개의 대기업 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하였다. 처음 그곳에 들러 보았을 때 건물의 규모와 매장의 성대함, 사람들의 붐빔에 놀랐다. 또한, 구경 삼아 전 층을 돌아보노라면 정말 수많은 가게와 품목을 볼 수 있어 도대체 팔지 않는 것이 무엇이며 없는 것이 무엇인가 싶었다. 지하층에 있는 대형 슈퍼는 할인마트점과 다르지 않을 만큼 늘 성업 중이고, 식당가는 식사만을 위하여 백화점을 방문하여도 될 만큼 다양한 음식점이 준비되어 있다. 영화관 주변에는 오락실과 놀이터와 소공원이 있고 어떤 층에는 시장터를 본뜬 듯한 로드숍을 연출하여 뻥튀기와 쥐포 구이까지 팔고 있다. 도시의 모든 것을 옮겨놓은 곳, 말 그대로 백가지가 아닌 천가지 이상을 파는 백화점이다.

얼마 전에 사업상 일본을 방문하여 거래 관계가 있는 호텔에 숙박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호텔이며 일본에만 수백개의 점포가 있는 대형 체인 숙박업소다. 그런데 그 호텔에는 식당이나 주점,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흔한 커피점도 없었으며 심지어 편의점조차 호텔밖에 있었다. 저녁에는 외부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반입하여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로비 한쪽에 제공한다. 호텔 부사장이 전한 창업자의 경영 마인드를 들어 보았다. 새로운 지역에 그 호텔이 입점을 하였을 때 기존 주변 상가들에 도움이 되어야만 환영을 받을 수 있으며,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출장이나 여행객이 그 호텔에서는 단순히 숙박만 하고 그 주변 상가에서 식사나 술, 음료를 팔아 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는 거의 대구 중심가에 있는 지역 백화점 앞이나 인근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언감생심 백화점에서 운동화 한 켤레 살 형편이 못 되었지만 자주 어울려 백화점 구경을 하였다. 당시에는 백화점에서 팔고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그곳에만 있는 물건이었고 인근 상가들과는 서로 상이한 매장이었다고 기억된다. 따라서 백화점 고객 중에 많은 사람이 쇼핑 후에 주변에서 또 다른 소비를 하였으며, 인근의 먹거리 식당들은 백화점의 기생 업종이라고 할 만큼 성업을 하였다. 자의든 타의든 상생의 경제였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상생’은 바람이지 요구할 사항은 아니게 돼버린 것 같다. 일부 대형 백화점 주변의 무너진 상권을 보면서 우리의 비뚤어진 경제 현실을 본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쓸어 담는 것은 결코 바른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고객의 요구나 호객을 위한 것이라도 백화점에 시장 거리를 만들고 뻥튀기, 쥐포 구이를 파는 것은 장사일 뿐이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부정적인 의미의 ‘장사꾼’이 있고 긍정적인 느낌의 ‘사업가’가 있다. 아마 장사꾼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며, 사업가는 돈보다는 일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하고 싶다. 따라서 장사와 사업을 그 규모로 정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식당을 하더라도 손님의 건강과 종업원의 만족을 찾아내며 주변까지 돌아본다면 사업가인 것이며, 큰 자본과 영업력으로 돈이 되는 어떤 일을 한다면 아무리 큰 기업을 일구어도 장사꾼이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하여 영화를 찍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찍기 위하여 돈을 번다’는 월트 디즈니의 말을 다시 새겨 본다. 우리나라에 장사꾼보다 사업가가 많아야만 경기가 나아질 것이며 올바른 자본주의 국가로 나아간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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