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으로 금속공구 형상을 정밀하게 깎아 만들어…갤러리문101 ‘정석영 조각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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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7   |  발행일 2019-08-07 제22면   |  수정 2019-08-07
조인트·칼 등 10여점 선보여
20190807
정석영 작 ‘스위스 칼’

정석영은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해 걷는 작가다. 비현실적이라 할 만큼 기술적 어려움이 동반되는 작업과정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대리석이다. 대리석을 조각해 대상을 정밀하게 모방하고 객관적으로 재현해 되살려 내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그것도 아주 작고 정밀하고 복잡한 금속 공구의 형상으로.

15일까지 대구 중구 방천시장 내 갤러리 문 101에서는 이러한 그의 ‘연장(tool) 시리즈’ 작업들을 선보인다. 돌조각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이처럼 세밀한 금속 공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도 작은 볼트 하나까지 만들어 구멍을 뚫고 조립해 나가는 작업은 무모해보이기까지 한다. 수없이 깨지고 부서져 버린 것들이 작업의 어려움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는 조인트, 프레스, 멍키 스패너와 같은 금속의 연장들이나 타이어와 같은 고무 재질의 부속 10여점을 선보인다. 심지어 ‘스위스 칼’까지 등장한다. 고도의 숙련된 기술은 물론 까다로운 공정과 지난한 노동을 감수하며 만들어낸 조각들이다. 언뜻 기계적으로 성형 또는 사출되었음직한 모양이지만, 실은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깎아 조립해서 만든 것이다. 재료에 대한 열정과 작업 과정의 성실함이 없다면 어려운 작업이다.

이처럼 돌이라는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로 현대적인 재료의 정교함을 표현하는 정씨의 작업은 욕망의 배설과 난해함을 무기로 삼는 현대 미술의 반대편에서 수공의 기예에 골몰하는 정직한 예술적 태도를 보여준다.

기존의 연장시리즈가 형태적 설명에 기반한 섬세함과 정밀도를 보여줬다면 이번 신작들은 개체의 부분들이 실제로 ‘분해’되고 ‘조립’돼 놀라움과 새로움을 선사한다. 돌로 깎아낸 금속공구라니, 돌인지 쇠인지 모를 그 미묘함의 비현실성이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지점일지도 모른다.

“현실 조각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불가능한 순간을 과학적 조각 접근방법을 통해 작업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정씨는 “이번 전시에서 비정형적 형태 속에서 과학적 해석으로 풀어 낸 석조각의 개념을 유감없이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2018’ 선정 작가 릴레이 초대 개인전으로, 정석영 청년작가가 1차로 기획되어 진행하는 개인전이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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