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글과 곡조의 만남, 노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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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8 07:58  |  수정 2020-09-09 14:38  |  발행일 2019-08-08 제23면
[문화산책] 글과 곡조의 만남, 노래
백민아<성악가>

우리 인생의 모든 중요한 순간들, 슬플 때나 기쁠 때 우리는 그 감정들을 글, 춤, 그림 또는 음악으로 표현한다. 그중에서 나는 글과 곡조의 아름답고 멋진 만남인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어떤 것을 묘사하거나 설명할 때 글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글만으로는 전달력이 미미하다고 느껴지던 것이 음악을 만나면 강한 힘을 가진 훌륭한 매개체로 변신해 어떤 행위가 극대화되고 파급력이 높아지도록 만들어준다. 그 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예로 사랑과 죽음을 들 수 있겠다. 모든 사랑 노래가 ‘우리 둘’의 노래 같이 들려 심장이 터질 것 같거나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던 그때의 기억을 누구든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레퀴엠은 한 사람의 죽음을 시와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죽음을 슬픔 그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해 준다.

좀 더 넓은 의미의 예로는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나라의 국가를 들려주고, 복싱 경기 시작 전 선수 각자 나라의 국가를 부르게 한다. 선수는 비장한 각오로 그의 조국을 생각하며, 자기가 싸워야 할 이유를 상기하고 전투의지를 다진다. 2분 남짓 되는 그 노래를 입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되새기면서. 또 교회에서는 교리 위에 음악을 입힘으로써 노래의 강력한 힘을 빌려 신앙심을 굳건하게 하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오! 필승코리아’라는 노래의 다섯 마디 정도의 짧은 후렴구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노래는 이렇듯 애국심이 없던 사람도 애국심이 생기게 만들고, 자신들의 감정을 구체화시키고 전개시키며 때로는 극단적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노래는 오페라 ‘나부꼬’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때는 2012년, 리세우 오페라 극장에서 노사 간의 분쟁으로 데모를 할 때였다. 그 고요한 노래를 어떠한 말도 없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며칠 동안 하루에 딱 한 시간씩만 극장 앞에서 불렀을 때가 있었다. 처음 데모라는 것에 참가하는 나는 ‘과연 이게 씨나 먹힐 일인가’ 하며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180도로 뒤엎고 노동자들의 주장은 관철되었다. 온 언론에서는 아름다운 시위로 표현되었다. 그때 ‘아! 이것이 노래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음악과 함께했던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보고 그 추억의 노래를 들어보는 3분의 여유를 만끽하면 어떨까 싶다. 백민아<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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