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다자협력 틀 속에 남북협력의 해법이 있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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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2   |  발행일 2019-08-12 제30면   |  수정 2020-09-08
정부에서 기금을 공여하고
국제기구가 지원하는 형태
대북협력방식으로 고려를
북한이 관심갖는 수산분야
4차산업혁명 접목 필요성
[아침을 열며] 다자협력 틀 속에 남북협력의 해법이 있다

지난주 ‘APT EBC-K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 점검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다녀오게 되었다. APT(아시아·태평양 전기통신협의체)는 UN ESCAP(UN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와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공동발의에 의해 1979년 7월 창립하였다. 중국과 일본, 호주는 물론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38개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북한도 회원국이다. 우리나라는 창립 회원국(한국정보화진흥원은 APT 협력기관)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APT EBC-K(APT 특별기여금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PT에 특별 공여한 기금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로 한국의 발전된 정보통신기술 및 경험을 APT 회원국에 전수하고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도 장려하는 프로젝트다. 올해의 ‘APT EBC-K 프로젝트’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 UTAR(Universiti Tunku Abdul Rabman)의 ‘수산양식 모니터링 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지원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프로젝트는 수산양식이라는 ‘1차 산업’과 IoT 플랫폼 개발이라는 ‘4차 산업’을 연계한 프로젝트로 수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IoT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양식의 자동화는 물론 생산성 향상을 도모코자 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수산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수산 부문의 발전을 강조해 왔다. 사실 북한에서의 수산업은 식량난 해결과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주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동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등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중요 수단이기에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북한은 안정적인 대량생산을 위해 ‘양식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해에 약 40개 양식장과 서해에 규모가 큰 5개의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수면 양식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작년 12월에는 ‘수산연구원 중앙양어연구소’를 준공하여 첨단기술을 활용한 양어연구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이채어경’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다양한 수산업 관련 과학기술정보들을 제공하며 어로활동의 과학화·정보화를 실현코자 노력 중이다. 이처럼 북한도 1차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들을 활용코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APT EBC-K’ 말레이시아 프로젝트를 점검하면서 대북협력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북한과의 협력사업은 수산업 분야와 같이 북한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고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외협력과 발전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해야 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 프로젝트가 수산양식업에 첨단 IoT 기술을 접목하여 지능적 관리와 생산량 증대를 모색할 수 있는 것과 같이 1차 산업 분야의 협력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APT EBC-K’와 같이 다양한 국제기구와 다자협력의 틀을 통한 대북 지원과 협력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별기여금프로젝트’는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에 기금을 공여하고 이를 국제기구가 개도국에 지원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지원된 자금의 집행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에 대북 협력·지원 방식으로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미군사훈련을 둘러싸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한 산고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상호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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