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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둘러메도, 추리닝을 입어도 ‘우리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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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기자
  •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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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진·백종기 展, 태권브이 재해석…“이 시대의 어른이·소시민”

백종기 작 ‘가수를 꿈꾼 로봇’
백종기 작 ‘교복 입은 태권브이’
성태진 작 ‘더배틀오브레전드-광화문2’
로보트 태권브이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를 놓고 격론을 벌이던 시절이 있었다. 태권브이가 일본로봇 마징가Z의 짝퉁이라는 말에 절망하기도 했고, 국회의사당 둥근 돔 지붕이 열리면 로보트 태권브이가 날아오른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무쇠팔 무쇠주먹으로 태권도를 시현하며 악당을 무찌르던 로보트 태권브이는 그 시절 우리의 의심할 바 없는 최고 영웅이었다.

롯데갤러리 대구점에서 열리는 성태진·백종기 2인 초대전 ‘나의 추억, 나의 히어로’전은 1976년 7월24일에 개봉해 서울 관객 13만3천600명을 돌파하며 그해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는 이변을 일으킨 태권브이에 대한 재해석과 오마주다. 9월2일까지.

추억의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모티브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두 사람은 시대의 일상과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여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 매체 중 하나인 만화를 소재로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백종기는 10년 이상 꾸준히 ‘추억’과 ‘로봇’을 소재로 작품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 태권브이는 검정 교복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불량한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전자기타를 둘러메고 소울넘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기도 하다. 명품 로고가 새겨진 옷 또는 흰 양복을 쫙 빼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마음속에 태권브이를 품고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이’들이다. 우습지만 짠하고 다시 보면 멋져 보이기도 한다. 아무렴 태권브이가 아닌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성태진은 주로 목판 위에 글자를 새기고 그 위에 채색과정을 더해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연의 목판 제작방식과 최근의 캔버스 작업을 동시에 선보인다. 목판 위에 새겨진 성태진의 태권브이는 강인한 영웅으로서의 로봇이 아니다. 추리닝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술집에 앉아 시대를 한탄하는 고단한 현실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무릇 위대함이 평범함을 이기지 못하는 법. 우리 곁의 소시민들은 어느새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와 거대한 백두산 공룡에 로켓 펀치를 날리며 천지를 탈환하고, 광화문 광장의 배틀에서도 악마를 물리친다. 백전백승, 역시 우리의 태권브이다.

퇴색해버린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때 유행했던 만화영화 속 주인공 태권브이를 차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두 작가는 추억 속의 로봇이라는 공통된 테마에서 출발하여 각기 다른 작업 방식으로 그들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강인함의 겉옷을 입은 우리 시대의 히어로 태권브이를 통해 인생의 달고 쓴맛을 표현하기도 하고 못다 한 꿈을 실현하기도 한다.

전시기간 중 갤러리에서 태권브이 페이퍼토이 만들기와 추억의 딱지 만들기 이벤트가 무료체험으로 진행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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