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희의 독립극장]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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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4   |  발행일 2019-08-14 제30면   |  수정 2020-09-08
20190814
오오극장 대표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는다. 2000년 3월에 협회를 만들고 과거 대구가 왕성하게 영화를 제작했던 저력이 있는 도시였고, 그 가치를 이어 지역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지역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선보이기 위해 그해 11월에 ‘대구단편영화제’를 시작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지역 영화 제작 활성화라는 소박한 듯 원대한 꿈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4년 먼저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전국규모의 영화제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되기 위해 시도했고, ‘전주국제영화제’는 대구단편영화제와 같은 해인 2000년에 시작해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에 놓인 독립·예술영화 소개라는 취지는 비슷했지만, 시작부터 영화제를 바라보는 태도는 대구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현재의 삶은 지금까지 태도의 합이다.” 삶도 마찬가지지만 세상일도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태도가 현재의 결과를 만든다. 영화제를 대했던 사람들의 태도가 모여 20여년이 지난 지금 분명히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바라봤던 수많은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어냈고, 전주국제영화제를 바라봤던 또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의 전주국제영화제를 만들어 냈으며, 20년 동안 대구단편영화제를 바라봤던 많은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의 대구단편영화제를 만들어냈다. ‘공연 문화 도시’ 대구가 영화제를 바라보는 태도는 ‘문화 다양성’이라는 의미를 잊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편애가 심해 설움을 삼켜야 할 때도 있었다. 대구에서 영화한다고 하면 ‘대구에도 영화하는 사람이 있나’라거나 ‘부산 가야 하지 않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이런 말을 들은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이불 킥을 한다. 미안해서라도 후배들에게 이대로 물려줄 순 없다.

그렇게 20년을 이어온 대구단편영화제다. 그러나 준비되었다고는 하나 언제나 부족했고, 마음은 벌써 대중에게 다가선 것 같은데 현실은 시민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것 같지 않고, 종종 찾아오는 슬럼프는 어김없이 수많은 영화제 중 대구단편영화제의 존재 가치에 대한 답을 자문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단편영화제’를 필요로 하는 지역의 영화인들이 있는 한 이 무거운 발걸음을 또 내디뎌야 한다. 그것이 지역에서 영화하려는 청년들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않고 언젠가 활화산처럼 타오를지 모를 불씨를 살려놓는 일이라 믿는다. 후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때론 어떤 시련이 와도 그저 버텨주는 일일 때가 있다. 그러면서 꿈꾼다. 10년이나 20년쯤 뒤 대구에서 만든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서 “그때 멈추지 않고 잘 버텨주셔서 저희가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라는 후배들의 수상소감 장면을 꿈꾸면 씨익 웃음이 난다.

분명한 건 대구단편영화제는 지금까지 지역 영화제작 활성화에 많은 부분 기여해 왔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전국의 청년 영화인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영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영화제를 지속하기 위해 흘린 선배들의 수고와 노력의 결정체임을 잘 알고 있다. 쑥스러워 생전 꺼내지 못했던 말이지만, 20회니까 이 자리를 빌려 한마디 하고 싶다. 대구에서 영화 창작하는 선후배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8월22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많이 사랑해주세요.오오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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