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야당福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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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4   |  발행일 2019-08-14 제31면   |  수정 2019-08-14

흔히 현대인의 성공조건으로 쌍기역이 초성인 다섯 가지를 꼽는다. 꼴, 끈, 끼, 깡, 꾀가 그것이다. 풀이하면 외모, 배경, 재능, 근성, 지략이다. 나름 다 중요하지만 워낙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이다 보니 꼴을 으뜸으로 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속성을 직시하지 않은 잣대란 지적도 있다. 단연코 끈이 최고라는 의미다. 미혼여성들도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보단 아버지가 부자인 ‘파파리치’(papa와 rich의 합성어)를 선호한다니 끈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성공의 지렛대일지 모른다.

그래봐야 복(福)을 능가할 순 없다는 견해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엔 복을 ‘아주 좋은 운수’ 또는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으로 정의하고 있다. 희비와 난관을 비켜갈 수 없는 인생역정엔 ‘큰 행운’ 자체가 축복이다. 복의 무게감을 알았던 까닭일까. 조선왕조 창업을 송영(頌詠)한 용비어천가 제1장은 “해동 육룡이 나르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로 시작한다. ‘서경’ 홍범편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오복으로 규정했다.

정가에선 ‘야당복’이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지난 6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잇단 막말과 엉덩이 춤 퍼포먼스로 물의를 야기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야당복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황교안 대표 체제가 상승세를 탈 즈음이라 한국당의 자책골은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게다가 일본의 경제보복 후에는 ‘친일 프레임’에 갇혀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으니 집권여당에서 야당복 얘기가 나올 법하다.

일본의 아베정권도 야당복은 타고난 듯싶다. 아베가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자 자민당은 ‘아베 4선’의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3선까지로 돼있는 총재 선출 규정을 바꾸면 일단 길은 열린다. 아베의 4선이 성공하면 2024년 9월까지 집권한다. 우리로선 재앙이다. 4선이 공공연히 언급되는 건 자민당 내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중량감이 떨어지고 야당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야당복은 초유의 아베 4선으로 귀결될지가 관전 포인트이고, 한국은 내년 총선까지 야당복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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