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감축 자율화…구조개혁 잘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 입력 2019-08-14 15:53  |  수정 2019-08-14 15:53  |  발행일 2019-08-14 제1면
'획일적 감축 부작용'에 재정지원 대상만 정하는 평가로 단순화
정원감축 기조는 변화없고 "정부-시장 조화"…지방대부터 압박 우려

지난 5년간 정부가 주도했던 대학 입학정원 감축이 앞으로는 각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정부는 대학들이 자율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몸집을 줄이도록 유도하면서 체질개선을 재정 지원하고 부실·비리 대학을 가려내는 역할만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고 있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2015년과 2018년 1·2주기 진단은 사실상 입학 정원 감축의 도구였다. 정부는 평가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했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추가 감축을 유도했다. 이는 5년간 대학 정원 5만여명을 줄이는 결과를 냈지만,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불만과 함께 실적주의 등 부작용을 낳았다.


 이날 교육부는 앞으로 정원 감축 규모나 방법은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그 과정이 적정한지 지켜보면서 혈세를 지원할 만한 대학인지만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진단 기능은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정하는 것으로 단순화된다.

 

 1·2주기 대학 평가가 '옛날 군대의 비만부대 관리' 방식이었다면 2021년 진단은'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다이어트'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대학들은 2021년 진단에 앞서 자체적으로 적정 정원을 책정하고, 이에 맞게 입학생을 줄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입시 현실과 특성화 계획 등을 고려해 적정 규모를 잘 정해야 2021년 진단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다.


 교육부는 적정 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전체의 2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8년 진단 때는 13.3% 수준이었다.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인 류장수 부경대 교수는 "재학생 충원율 배점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신입생 충원율이 높아도 2∼3학년 때 (반수·자퇴 등으로) 이탈하는 학생이 많아 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대학들이 있는데, 자체 노력으로 이를 보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정원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에 대비해 '유지 충원율' 지표가 신설된다. 2021년 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은 이후 3년간 학생 충원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재정 지원 자격을 사수할 수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정하게 됐지만 입시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총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은 정원을 늘려도 된다는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반도체 계약학과처럼 특수한 경우는 (특정 학과에 한해) 증원을 허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 감축을 원하지 않는 대학은 기본역량진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진단 참여가 자율에 맡겨지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진단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대다수 대학의 생존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달려있고 사업 대상이 되려면 기본역량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터라, 사실상 자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관해 류 교수는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진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대학이 2주기 평가 때도 있었다"면서 "정원 조정은 대학 자율로 하되 정부는 지원하는, 정부기능과 시장 기능의 조화가 3주기 진단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정원 감축이 대학 자율에 맡겨졌는데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입시 구조는 그대로이므로 지방대가 훨씬 큰 정원 감축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방대 부담을 덜기 위해 지역대학 배려 장치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90%를 5개 권역 기준으로 우선 선정하고, 나머지 10%에서 전국 단위로 선정하기로 했다. 2018년 진단 때는 권역 기준으로 83.3%를 먼저 뽑았는데 이 비율을 소폭 늘렸다.


 또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 핵심 지표의 만점 기준을 각각 수도권·비수도권 또는 권역별로 분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하반기확정한다.


 진단과 별개로 지역대학 지원 정책도 병행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역 실정에 맞는 연구·취업 지원체계를 만들면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재정지원사업이 내년 신설된다. 국립대 재정 지원도 확대된다.
 기본역량진단의 기능이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 선정으로 단순화되므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은 별도의 정량지표 평가를 통해 지정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 진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박 차관은 "인구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현시점은 대학에 위기이자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대학이 사회 변화를 직시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는 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