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발언에 불붙은 ‘경제 기초체력 논란’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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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07:35  |  수정 2019-08-15 07:35  |  발행일 2019-08-1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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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서 “튼튼하고 안정적” 평가
유승민 “대통령이 만든 가짜뉴스”
경제계 인사 “지나친 낙관” 지적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밝히면서 불이 붙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세계적 신용 평가기관의 일치된 평가가 보여주듯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지난달 무디스에 이어 며칠전 피치에서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단계 높은 ‘AA-’로 유지했고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증거로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를 제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대해 정치계와 경제계 일각에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학 박사인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14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만든 가짜뉴스”라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유 의원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 한국의 신용등급’이라는 제목의 기획재정부 자료를 제시하면서 “신용평가로 돈을 버는 회사 가운데 어느 누구도 IMF 외환위기를 경고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조기경보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 의원이 제시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IMF 구제금융 신청 한달전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 모두 한국의 신용등급을 A 이상으로 평가했다.

유 의원은 “1997년 IMF 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당시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말했다”며 “대통령 주변에는 경제를 아는 사람, 경제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내년 예산을 몇십조원 더 쓸까만 궁리하는 영혼도, 지혜도, 경험도 없는 근시들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은 경고와 제안을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허풍과 착시야말로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진짜 가짜뉴스”라고 했다. 유 의원의 발언을 전해들은 경제계 인사 상당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인 줄 알면서도 경제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경제 정책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정부는 그동안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많은 기업을 만났지만 실제 바뀐 게 거의 없다. 말만 듣고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알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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