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암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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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6   |  발행일 2019-08-16 제42면   |  수정 2019-08-16
귀신이 찍었다는 영화속 영화 오싹한 호기심
20190816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 중인 미정(서예지)은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녀가 후배로부터 ‘귀신이 찍었다’는 영화 ‘암전’에 관한 소문을 듣고 영화를 연출한 재현(진선규)을 찾아 나선다. 어렵게 재현과의 통화에 성공한 미정. “살고 싶으면 영화를 찾지 말라”는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영화의 실체를 추적한다. 결국 끈질긴 탐문 끝에 숨겨진 ‘암전’의 영상 자료를 발견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참신한 설정과 시도가 돋보이는 ‘암전’은 “판타지적 설정 아래 즐길 수 있는 공포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진원 감독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공포영화다. 오마주로 여길 만한 기존 공포영화의 장치와 구조가 이 과정에서 연상되지만 이를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장르적 접근이 아닌, 광기로 변한 미정의 일에 대한 열정과 꿈으로 절묘하게 녹여냈다.


실제 폐쇄 군산 국도극장 무대 삼아 공포 두배
광기로 변한 일에 대한 열정, 절묘하게 녹여내



‘영화 속 영화’란 독특한 구성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최고로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지닌 두 영화감독의 비틀린 열망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광기를 테마로 한 ‘암전’은 이처럼 두 사람의 부정적인 에너지와 고통을 자양분 삼아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간다. 사실 감독이 영감을 받은 건 호러 게임이다. 과거 게임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살려 ‘사일런트 힐’ ‘바이오하자드’ 같은 호러 게임 속 한정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서스펜스, 터지기 직전의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 덕분에 공포물에서 느껴질 수 있는 장르적 쾌감은 상당하다.

실제 존재하고 있던 폐쇄된 군산 국도극장을 무대로 삼은 건 주효했다. 이를 토대로 “10년 전과 현재를 아우르는, 시간이 멈춰버린 폐극장의 공포를 담고 싶었다”는 김진원 감독은 폐극장이 가진 특유의 음습함과 주인공들의 꿈을 향한 일념을 결합시켜 ‘암전’만의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또 있다. 확실한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설명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때론 명확하지 않기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서움을 배가시키는 공포영화의 색깔을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극장이란 공간이 주는 오싹함은 물론, 공포감과 미스터리가 더 잘 살아날 수 있었다.

2007년 장편 데뷔작 ‘도살자’에 이어 김진원 감독은 또 한 번 자신만의 화법으로 색다르고 개성 넘치는 공포영화를 완성했다.(장르:공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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