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나도 꼰대가 아닐까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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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9 07:45  |  수정 2020-09-09 13:53  |  발행일 2019-08-19 제18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내가 틀렸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열린마음으로 경청…공감하려 노력
말과 행동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20190819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진지 보수공사를 하던 중 날씨가 춥고 눈까지 내리자 병사들은 일을 중단하길 원했습니다. 그러자 이순신 장군은 혼자서 진지를 보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던 병사들도 장군이 계속해서 혼자 보수공사를 하자 더는 구경만 하지 못하고 나서서 같이 보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병사들은 끝까지 남아서 구경만하다 결국 감기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그 병사들을 따로 불러서 말하기를 “자, 보거라. 우리 모두가 이 추운 날씨에 열심히 일을 하였지만 우리 모두 병은커녕 감기하나 걸리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지지 않았느냐. 앞으로 그대들도 게으름을 경계하고 항상 부지런함을 근본으로 삼아라”라며 훈계를 했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책임감과 근면 성실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나태해진 병사들을 혼내고 강압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솔선수범하며 부하들을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임진왜란 당시 열악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불멸의 승리를 가져온 원동력이 되었고, 후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읽으면서 ‘과연 모든 병사들이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따랐을까?’ ‘눈치가 보여 마지못해 진지를 보수한 병사들은 장군의 솔선수범을 무언(無言)의 강요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따로 불려 간 병사들은 훈계와 가르침을 잔소리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순신 장군을 요즘 말로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다소 엉뚱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았습니다.

꼰대라는 말은 늙은이를 뜻하는 은어로 잔소리를 많이 하는 선생님이나 아버지를 가리켜 청소년들이 주로 쓰던 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상사나 선배를 통칭하는 말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조차 보는 관점에 따라 꼰대로 보는 엉뚱한 생각처럼 사람들의 가치관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습니다. 또한 꼰대가 꼰대인 줄 알면 꼰대겠느냐는 말처럼 같은 말과 행동을 바라보는 세대 간, 동료 간 가치관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그에 다른 갈등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꼰대가 직장 내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고나 행동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꼰대는 구성원 간의 다양한 소통과 협력을 방해하고, 위계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조직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요즘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꼰대일까요. 인터넷 검색창에 꼰대라고 입력하면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 꼰대 6하 원칙, 꼰대 방지 5계명 등 수많은 자료가 검색됩니다. 저는 꼰대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확신과 다르게 12개 항목 중 4개가 해당되어 꼰대 초기 단계로 나타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놀랐습니다.

TV에서 꼰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꼰대 유형과 꼰대가 생기는 이유 등을 이야기하면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5계명을 제시하였습니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결국 꼰대가 되지 않거나 꼰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은 닫고 귀는 열라는 말처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공감하며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말과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최근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올해 광복절은 그 어느 해보다 결연하면서도 의미가 컸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강제노역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 규제를 강행하는 일본이야말로 진꼰(진정한 꼰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하루 빨리 꼰대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신민식 <대구학생문화센터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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