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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 수 ‘서구청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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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지기자 정우태기자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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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중교통망 ‘빈익빈 부익부’

대구 수성구청(왼쪽)과 서구청 앞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버스노선표. 수성구는 14개의 버스 노선이 지나지만, 서구는 급행노선을 포함해 7개뿐이다.
지난 15일과 16일간 이틀간 대구지역의 대중교통 ‘빈익빈 부익부’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교통편이 가장 잘 갖춰진 것으로 나온 수성구, 가장 열악했던 서구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실험 조건을 맞추기 위해 첫날은 도시철도를, 둘째날은 시내버스를 이용해 시청~수성구청, 시청~서구청, 그리고 이들 구청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아가기로 코스를 정했다.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도시철역이 코 앞 수성구청…버스 환승해 가야 하는 서구청

대구의 중심에 위치한 대구시청에서 서구청으로 가는 최적 거리는 4㎞정도, 수성구청까지는 3.7㎞ 정도다.

지난 15일 오후 6시. 정우태, 서민지 기자는 시청 앞에서 만났다. 그리고 정 기자는 수성구청으로, 서 기자는 서구청으로 출발했다. 두 기자는 시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으로 10분간 같이 걸어갔다. 두 사람 모두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라 1호선을 타고 환승역인 반월당역에 내린 시간은 6시20분이었다.

이후 정 기자가 4코스를 거쳐 수성구청역에 내린 시각은 6시31분, 약 400m 떨어진 수성구청까지 걸어서 도착한 시간은 6시38분이었다. 시청에서 출발해 도시철도만 이용해 수성구청까지 도착하는데 38분이 걸렸다. 정 기자는 “수성구청역보다 한 정류장 앞서 범어역에 내렸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수성구청 3.7㎞ 경로 12개
도보 포함 도시철 이동 38분 걸려
최적경로 이용땐 22분으로 단축

시청→서구청 4㎞ 경로는 6개뿐
도시철역 떨어져 있어 56분이나
곧바로 가는 간선버스 타면 29분

“교통소외가 사회적 불평등 초래
市, 보편적 이동권 적극 고민해야”



반면 함께 출발한 서 기자는 똑같이 4코스를 거쳐 내당역에 내렸다. 하지만 출구에 적힌 안내문에는 ‘서구청 약 2㎞’라고 적혀 있었다. 걸어서 서구청에 도착한 시각 6시56분. 18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구청에서 출발, 도시철도를 타고 가장 가까운 시외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수성구청에서 출발한 정 기자는 2호선 반월당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 동대구역에 내렸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도시철도를 타기만 하면 내려서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동대구환승터미널에 다다를 수 있다. 반면 서구청에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지하철은 없다. 중구 서문시장역까지 도보로 이동한 후, 3호선 만평역에 내려야 갈 수 있었다.

수성구의 행정동 중 도시철도 역사를 끼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니, 78%나 됐다. 반면 서구는 35%로 수성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2개 동이 한 역사의 출구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2개 동 모두 포함시킨 결과다. 수성구에서 도시철도를 타는 것이 서구에서 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가장 최적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구청과 터미널 찾아가기

16일 오전 7시 대구시청.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 최적경로를 찾았다. 시청에서 수성구청역까지의 경로를 검색한 결과, 경로는 12가지. 2·28기념중앙공원 앞에서 수성구청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는 3대였고, 버스정류장 범위를 반월당역 인근까지 넓히면 직통 버스는 10개로 늘어난다. 7시8분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도착해 바로 309번 버스에 탑승했고, 수성구청에 7시22분쯤 도착했다. 총 소요시간은 22분 정도다. 수성구청에서 다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로 가는 길은 11가지였다.

한편 서 기자가 오전 7시에 검색했던 시청에서 서구청역까지 가는 경로는 6개였다. CGV대구한일 정류장으로 이동한 후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곳에서 서구청으로 가는 직통 버스는 3대이고, 인근 정류장까지 넓히면 6개 정도로 늘어난다. 가짓수의 다양성부터 차이가 조금은 났다. 서구청으로 바로 가는 425번 버스를 눈앞에서 놓친 탓에 7시16분까지 기다려 다음 버스인 240번 버스를 탔고, 29분쯤 서구청에 도착했다. 총 소요시간은 29분쯤 걸렸다.

터미널로 가는 여정이 바빴기 때문에, 서구청 앞에서 터미널로 가는 노선이 몇 개가 있는지 급히 검색하던 것도 잠시, 서대구터미널 근처로 가는 노선이 323번 버스 단 하나인 것을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버스 전광판에 나오는 이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각은 15분 후였다. 더운 날씨에 서구청 앞 벤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다 7시43분에 버스에 탑승했고, 이로부터 12분 후인 7시55분 만평네거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복잡하게 놓인 횡단보도를 세 번 건너 8시3분쯤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정 기자가 많은 경로 중 다소 돌아가는 버스를 탑승한 탓에 도착시간이 거의 비슷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수성구 관내와 서구 관내, 그리고 타 지역에서 각 구로 가는 이동 방법 등의 다양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수성구청 홈페이지에 설명된 버스 노선은 구청 앞 14개 노선, 길 건너편 15개 노선이다. 반면 서구청 홈페이지에 설명된 대중교통편은 구청 앞 5개, 길 건너 5개(급행 2개 노선 제외)로 돼 있다. 단순 버스 노선 수만해도 수성구가 3배가량 많았다.

대구지역 시내버스는 간선·지선·순환·급행 등 4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8개 구·군을 누비는 간선 버스 노선의 번호를 구성하는 숫자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724번 버스는 북구 칠곡지구(7)의 기점을 거쳐, 서구(2)를 경유해 범안로 서쪽 수성구(4)의 종점으로 간다는 뜻이다. <표 참조>

◆보편적 교통권 확대에 관심 가져야

정 기자는 지난해 동대구역 인근에 집을 구했다. 이곳으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교통인프라’였고, 1년가량 살면서 실제로 이 점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정 기자는 “자가용이 없는 경우 대중교통 인프라는 매우 중요하다”며 “다음에 이사를 할 때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최우선 기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잘 갖춰진 교통인프라는 교육, 일자리, 문화 등 중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고, 이것이 곧 권력이 되는 현시대인 만큼 효율성만을 가지고 교통 정책을 수립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보편적 이동권의 적용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법상 교통권 관련 조항에는 대중교통 이용권, 교통약자 이동권, 보행권 등이 있지만, 이는 모든 국민이 대상이 아니라 교통약자, 보행자, 대중교통이용자에 한정된 권리다. 따라서 이를 모든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 ‘모든 국민은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있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이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권을 규정하고 있다.

최준호 영남대 교수(행정학)는 “대구시와 일선 지자체 입장에서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된 곳에는 조금만 투자해도 많은 표시가 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재정을 쏟아부어도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며 “사실 우리나라 구조적 문제로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이 고착화되면 사회적 불평등도 고착화되고, 교통소외지역 주민들이 여러 기회를 누릴 기회가 줄어드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행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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