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상식] 세종대왕도 평생 시달린 ‘눈병’…과로·피로누적이 가장 큰 원인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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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0 07:55  |  수정 2019-08-20 07:56  |  발행일 2019-08-2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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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으로 칭송받고 있는 세종은 그 업적만큼이나 질병도 많았다. 세종이 앓았던 질병은 종기(등창), 소갈(당뇨병), 안질, 질(소변장애), 하지부종, 설사, 두통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잦은 질병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고, 병치레를 계속하다 결국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온갖 질병을 앓았던 세종이 평생 가장 힘들어했던 고통은 역시 안질(眼疾)이다. 실록에는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리는 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어두워서 한 걸음 사이에서도 사람이 있는 것만 알겠고 정확히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한 가지 병이 나으면 또다른 병이 생기니 나의 노쇠함이 심하구나’라고 한탄하는 기록이 나온다. 세종의 나이 42세 때의 병력이다.

신체진액 부족해도 눈질환 생겨
꽃모양 등 헛것이 보이는‘안화’
피로로 간·신장기능 저하돼 발생
치료도 간·콩팥기능 강화에 중점


보통 우리가 사물을 오랫동안 응시하면 눈에 피로가 금방 오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류나 컴퓨터를 많이 다루는 사람 또는 수험생과 같이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은 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동의보감에서도 독서로 눈이 나빠진 경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사람이 눈을 많이 사용하면, 혈(血)을 상하게 되고, 눈도 따라서 손상된다. 또 글을 과도히 읽으면 간(肝)을 상하게 된다. 간이 상하면 풍열(風熱)이 나고 열기가 상승해 눈을 침침하게 만든다. 실제로 피로와 가장 연관성이 깊은 곳은 바로 ‘눈’이라 할 수 있으므로, 눈은 피로를 재는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

또 탈정(奪精)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진액이 마르게 되면 눈동자가 뻑뻑해져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원활한 눈의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진액이 촉촉이 나와 젖어있어야 한다.

현대인들이 흔히 ‘안구건조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같은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불편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안약을 넣기보다는 진액부족을 초래하게 된 원인을 찾고 그 근본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을 보면 재미난 구절이 있다. 이른바 ‘눈에 꽃이 보이는 증상’이 그것이다. 그래서 ‘안화(眼花)’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설명을 보면 눈에 파리가 날아다니기도 하고 공중에서 거미가 매달리는 형태가 보인다. 이 내용을 보여주면 ‘딱 내 증상’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그 치료도 가능하다.

한방에서는 ‘안화’의 주된 원인으로 간허(肝虛)와 신허(腎虛)를 꼽는다. 쉽게 말하면, 피로가 누적돼 기운이 떨어졌거나 비뇨생식 계통의 기능이 떨어진 탓으로 본다는 뜻이다. 실제 치료하는 처방도 간신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처방이 많이 사용된다. 증상이 아주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는 비교적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다. 물론 오래된 병증인 경우에는 당연히 치료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양방병원에 가서 간기능 검사나 콩팥 기능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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