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가 파탄·도탄·붕괴 지경이라며 장외투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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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0   |  발행일 2019-08-20 제31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으로 뱃머리를 다시 돌렸다. 국회로 돌아온 지 3개월 만이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정권의 국정농단과 대한민국 파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으며, 안보 붕괴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말대로 나라가 ‘파탄’ ‘도탄’ ‘붕괴’ 지경에 처한 최악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 난국타개를 위해 ‘장외투쟁’을 선택한 것이 책임있는 제1 야당으로서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

한국당은 지난 4월말 여권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섰다가 U턴한 바 있다. 여론 악화 때문이었다. 이번엔 각오가 달라보인다. “국정운영 변화 없이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장기전의 품새다. ‘모든 것을 건 투쟁’이라며 임전무퇴의 각오까지 다졌다. 돌아갈 다리조차 끊으며 강을 건너겠다는 결기다. ‘타협’은 굴욕이자 변절이라는 의식이 강한 문재인정부와는 또다시 치킨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가위기는 아랑곳없이 정치가 벌일 루저(loser·패자)들의 전쟁으로 국민들은 답답하게 됐다.

장외투쟁은 분노를 모을 뿐 생산적 정치는 아니다. 한국당 지지자들은 이미 현 정부에 충분히 분노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당에는 외연확장의 숙제가 있지 않은가. 집토끼만 모으는 장외투쟁이라면 잘못된 선택이다. 가열찬 투쟁을 원하는 집토끼보다는 생산적 정치를 원하는 산토끼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여론전도 녹록지 않다. 한일갈등 상황에서 자칫 더 강고한 친일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장외투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가 더 중요하다. 정권규탄 열망의 표출? 문재인정부 퇴진을 위한 절호의 기회? 보수 집결? 효과적 선거 전략? 아니다. 국가 위기를 목도하고 있는 국민 다수는 ‘국가불안’과 ‘국론분열’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U턴은 빠를수록 좋다. 원내투쟁, 정책투쟁을 강력히 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국회에서 파탄, 도탄, 붕괴의 책임을 따지면 된다. 인사청문회, 한-일·미-중 갈등과 홍콩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대처, 북 도발 대응, 민생법안(1만4천여 건 계류중) 심의 등 밤 새워도 못다 할 일이 쌓여있다. 며칠 전 발표한 한국당의 5대 실천 목표를 되새겨보자. 잘 사는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 화합과 통합의 나라,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는 장외투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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