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보수통합·당 쇄신’ 구체적 로드맵이 안보인다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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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2   |  발행일 2019-08-22 제5면   |  수정 2019-08-22
黨·대표 지지율 정체 벗어나려면
비전·내부 과제 이정표 제시해야
與비판 못지않게 자기 변화 중요
한국당 ‘보수통합·당 쇄신’ 구체적 로드맵이 안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당 지지도가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당의 핵심과제인 ‘보수통합’과 ‘당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국 현안에 대한 임기응변식 대응보다는 장기적 비전과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야 보수 지지층의 관심과 지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 1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문재인정권의 국정농단과 대한민국 파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오는 24일 ‘광화문 구국집회’를 선언했지만, 정작 내부 과제에 대한 총선 전 이정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1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대안제시에 주력하는 것도 좋지만 반사이익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여권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 이상으로 야당 스스로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 대표는 광복절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대국민담화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 대전환’을 촉구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유우파 통합’과 ‘당 혁신’ 등을 내년 총선 전 과제로 지목한 바 있다.

이후 당안팎에선 ‘우파 통합’과 관련해 “총선에서 보수표 분산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황 대표의 발언은 좀체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당대표 출마선언 당시에 보수통합과 관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뜻을 같이 한다면, 폭넓게 품고 함께 가는 큰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담화에서도 보수대통합의 원칙으로 △헌법 가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등을 거론한 게 전부여서 구체적인 방향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 혁신’과 연결된 ‘인적쇄신’에 대해서도 원론적 담론에서 맴돌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현역의원들을 자극해 대여 투쟁의 전열을 흐트릴 때가 아니다”라면서 “사람을 바꾸려고 해도 대체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은 인재영입에 주력할 때”라면서 원론적 입장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인재영입과 인적쇄신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 정치분석가는 “정치 신인도 당에 들어갔을 때 현역과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짐작할 수 있어야 덤빌 생각을 할 것 아닌가”라면서 “우파 통합도 한국당의 변화가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어느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할 것인지 윤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정체 분위기는 황 대표의 몸에 배인 관료적 습성과 연결해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손에 잡히는 증거를 중심으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해온 검찰의 특성상 눈앞에 닥친 현안 대응에는 익숙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정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며 국민과 호흡하는 역량은 부족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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