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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정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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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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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장의 규모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정보시스템의 필요성 제기로 공연법 제4조에 의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구축되었다. 이 사업은 신뢰성 있는 정보와 통계를 제공하여 공연시장의 투명성 제고, 공연산업의 중장기적 발전기반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국가가 예술인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예술인통합전산망이 운영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국가는 예술분야와 관련된 활동 중 실적 및 경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항을 세부항목으로 규정하고, 예술인은 해당내용을 시스템에 직접 등록하며, 문화예술관련 기관은 등록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될까.

먼저 장점들을 살펴보자면 행정절차가 간소해지고 정보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통합시스템이 구축되면 예술인들의 가장 최신정보가 업데이트되며 시스템에 등록된 예술인들은 경력증빙이 필요한 경우 모든 문화예술관련 기관에서 자료열람이 가능하므로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텍스트, 사진, 영상, 음원 등과 같은 모든 관련 자료들은 규격화되어 홍보물 제작에 활용 시 별도의 수정작업 없이 항상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기관의 입장에서도 예술인들을 섭외할 때 공연의 기획과 제작에 필요한 정보만을 필터링할 수 있어 비교분석과 선택이 용이해진다. 저장된 모든 자료는 아카이브로 구축되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층분석이 가능해져 문화예술관련 각종 실태조사 및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와 예술인들의 상호보완적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새로운 정책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가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어쩔 수 없더라도 예술인의 실적과 경력으로 인정되는 사항을 국가가 규정하게 되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정보들로 예술인의 등급을 분류하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예술인들은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에만 더욱 치중하게 될 것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국가가 관리하는 재산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기획자들은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 예술인 각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예술성, 그리고 발전가능성을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역량 있는 기획자들이 설 곳이 없어지고 문화예술콘텐츠는 뚜렷한 주관이나 방향성 없이 제한된 시스템 안에서 획일화될 우려도 있다.

애초에 국가가 예술의 형태를 규정하고 예술인을 정보화의 대상으로 전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가설은 모순일 수 있다. 사람과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는 전문지식(know-how)은 무형의 것으로 쉽게 정보의 형태로 가공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관찰이나 측정을 통해 수집된 자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개인의 애정과 노력이 수반된 주관적 관점에서 얻어진 결론으로 정보로서의 객관성을 담보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소중한 가치는 그것을 알아보는 자의 것이다.

유재민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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