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풍제련소 판결과 낙동강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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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3   |  발행일 2019-08-23 제21면   |  수정 2020-09-08
[기고] 영풍제련소 판결과 낙동강
성상희 (변호사)

낙동강은 1천300만 영남인의 젖줄이다. 영남지역 역사에서 지역민과 애환을 같이하면서 사람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여 음용수·농업용수·공업용수로 쓰였고, 어린이들이 헤엄치며 뛰어노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낙동강은 큰 고난을 몇 번이나 겪는다. 대표적인 것이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사고다. 페놀사고는 구미지역 공장에서 독성물질인 페놀이 대량 함유된 폐수가 무단방류되어 낙동강에 흘러들어 하류의 사람들에게 직접 신체적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눈에 띄는 환경오염사건이 아니라 꾸준하게 낙동강의 수질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요인이 최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낙동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의 황지연못에서 불과 20㎞ 아래 최상류 지역인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자리잡은 영풍 석포제련소다. 석포제련소는 지금까지 중요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최상류에 자리하여 낙동강에 기준치를 넘는 폐수를 방류하는 등 각종 환경법규를 위반하여 지속적인 제재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 제재는 모두 과징금 등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지난 14일, 대구지방법원이 영풍이 경북도지사를 상대로 낸 조업정지처분 취소소송청구를 기각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2월 불소와 셀레늄이라는 치명적 위험물질을 포함한 폐수 70t을 낙동강에 흘려보냈고, 같은 달에 폐수 0.5t을 공장 내 부지의 땅에 유출했다가 적발됐다. 경북도는 그해 4월 두 위반행위에 대해 각 10일씩 20일의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영풍이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기각을 당한 후 대구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6년부터 3년간 적발된 영풍의 환경법령 위반 사항이 총 36건에 이른다고 하여 이번 무단방류 등 행위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원고의 법규위반행위가 경미하지 아니하고, 원고가 불가피하게 위반행위를 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이 사건 각 위반행위는 수질오염방지와 공공수역의 물환경 보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에 대한 침해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결론을 맺었다.

영풍이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조업정지 여부는 항소·상고를 거쳐 재판의 최종심에서 확정될 것이다. 영풍이 기업으로서 자신의 활동을 위해 항소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권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올해 5월에도 환경부 특별 지도점검에서 폐수처리시설 불법 운영과 불법 지하수 관정 설치 등 영풍의 법규위반행위가 적발됐고, 환경부는 경북도에 고발조치와 조업정지 120일 등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현재 조업정지 행정처분의 사전절차로서 청문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7월에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를 대규모로 장기에 걸쳐 조작한 혐의로 영풍제련소 임원이 측정 위탁업체 임원과 함께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조업정지 20일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풍입장에서는 기업으로서 생존을 위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그에 따른 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환경침해 속에서 행정청의 단속을 피하거나 적발되면 법적 대응을 해가면서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내외로 공장부지의 이전, 이전과 함께 근본적인 수준에서 오염방지시스템과 설비 구축을 하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것이 불가능하다면 낙동강을 젖줄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해, 영풍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을 위해 아연제련소를 포기해야 한다. 필자의 초보적 정보로도 영풍이 제련사업을 포기하는 결단을 하지 않고도 문제를 근원적 수준에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 해당 기업·행정관청, 봉화를 포함한 영남 지역주민이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성상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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