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전문 기자의 사법농단사건 기록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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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4   |  발행일 2019-08-24 제16면   |  수정 2019-08-24
두 얼굴의 법원
법조전문 기자의 사법농단사건 기록
권석천 지음/ 창비/ 420쪽/ 1만8천원

‘사는 게 지쳐서, 경쟁에 지쳐서’ 눈 감고 귀 닫고 순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조직의 부조리와 모순에 몇 번만 눈 감으면 세상살이가 그렇게 편할 수 없다고, 우리의 부모·선배는 말하지 않았나. 양심, 원칙, 영혼 따위가 밥 먹여 주냐고, 조직에 충성하라고. 충성하지 않으면 너만 손해라고. 그렇게 배워 온 세대들에게 이 책은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습니까?

“대법원장, 대법원, 법원행정처 간부, 법원장, 판사들, 그들 하나하나가 우수했고 명석했으며 성실했고 선량해보였다. 그런 사람들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의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다. 법원의 엘리트들이 무너져 버렸다고.

법조팀장을 지낸 기자가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두 얼굴의 법원을 지적한다. 국민 앞에서 ‘자유·평등·정의’라는 공적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대법원장을 받들고 사법부를 지켜야 한다는 조직논리로 움직이는 또 다른 모습의 법원도 있다는 것이다.

총 8장으로 이뤄진 책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탄희 전 판사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7장에서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라는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법원의 재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해부한다. 한국사회는 서로가 서로의 ‘조직논리’에 기대 움직이는 가부장제의 연합체라는 날카로운 지적도 뒤따른다. 제2, 제3의 ‘행정처’가 한국사회 곳곳에 있다고. 정부에도, 검찰에도, 기업에도, 언론사에도 있다고.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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