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되려면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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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31   |  발행일 2019-08-31 제23면   |  수정 2020-09-08
[토요단상]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되려면

올 여름에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지음, 다산초당출판사, 2019)라는 책에 빠져 지냈다.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 중 절반 이상은 책 제목에 이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문학을 연구하면서도 늘 궁극적인 의문은 ‘문학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가’였다. 내가 연구하는 문학 작품 속에는 언제나 철학적 주제가 담겨져 있다. 인간의 본질을 묻는 작품에서부터 인간관계의 문제, 윤리의식에 관한 선악의 문제, 진정한 사랑의 문제 등 철학적 주제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철학적 주제들을 접하면서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여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것이 내 연구의 최종적인 목표라면 실생활에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적어도 지금쯤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삶이 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고, 나아가 보다 더 좋은 사회가 건설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은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사회는 다양한 각도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철학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집착해서 읽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철학의 개념은 서양 철학이다. 철학 필로소피(Philosophy)의 어원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로 필로(Philo, 추구하다, 사랑하다)와 소피아(sophia, 지(知))의 합성어다. 지(知)에 대한 추구, 또는 지(知)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럼 한자어인 철학(哲學)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철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일본 근대시대의 교육자이며 사상가인 니시 아마네(1829~1897)라는 사람으로, 서양의 서적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추구한다는 뜻의 희(希)자와 지혜의 의미로 철(哲)자를 따서 만든 ‘희철학(希哲學)’이 시초였다고 한다. 그 후에 희(希)자가 떨어져 나가 철학(哲學)으로 오늘날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니시 아마네는 철학(哲學)뿐만 아니라, 이성(理性)·예술(藝術)·과학(科學)·기술(技術) 등의 철학과 과학 관련 단어를 많이 만들어 냈다. 그러므로 한자어의 철학 의미는 ‘지혜를 배우는 학문’인 것이다.

게다가 철학의 종류를 보면 교육철학에서부터 정치철학, 도덕철학, 사회철학, 과학철학, 역사철학, 생활철학, 자연철학, 경제철학, 경영철학, 종교철학, 언어철학 등 철학이라는 단어가 안 들어가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심지어 개똥철학이라는 표현도 있다.

그런데 그동안 철학은 어렵다거나, 철학 앞에서 좌절을 한다거나, 철학은 나하고 안 맞는다거나, 철학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학문으로 취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철학을 놓고 볼 때, 어떻게 하면 삶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우리 인생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심리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이라고 지적하였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나 역시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 직장 내의 인간관계에서부터 열일곱살 자녀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해하고 공감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러므로 인간관계의 고민은 인간의 본성을 끊임없이 연구해 온 과거 철학자들의 고찰을 살펴보면서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라고 깊이 통찰하면, 지혜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을 찾는 작업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즈음은 ‘철학을 한다’ 또는 ‘철학하기’라는 표현을 쓴다. 어떤 철학으로 인생을 대하는지, 직장에서 나는 어떤 인생철학을 가진 사람인지, 가정에서 나는 아이들을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키우고 있는지, 나는 어떤 철학으로 교단에 서는지, 이제는 철학을 생각해야 할 때다. 사업을 할 때도, 정치를 할 때도 철학을 생각해야 한다. 철학을 한다고 하면 거창하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원칙과 규칙,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일이면 될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는, 우리 정치는 철학을 하기로 하자. 그래서 성숙된 사고로 성숙한 사회 속에서 성숙한 정치가 건설되었으면 한다.

이정희 (위덕대 일본언어문화 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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