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함께 달려온 평생동반자 “마라톤은 우리 부부의 인생 활력”

  • 글·사진=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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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4   |  발행일 2019-09-04 제12면   |  수정 2019-09-04
구미시 남통동 권수근·장미경씨
남편 200회·부인 100회 풀코스완주
매일 10㎞ 조깅·주1회 동호회도
“뛰면서 배우고 느끼며 행복 얻어”
21년 함께 달려온 평생동반자 “마라톤은 우리 부부의 인생 활력”
구미 금오산 주변을 뛰고있는 권수근·장미경 부부.

21년 동안 마라톤이 일상생활이 된 부부가 있다. 권수근(67·구미 남통동)·장미경(59)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21년 전 마라톤을 시작할 무렵, 주변의 주부들은 남편을 출근시키고 이불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장씨는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일과를 시작했다. 장씨는 오랜 세월을 마라톤으로 건강을 다져, 지금까지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부부는 시간날 때 틈틈이 뛰기도 하지만 구미 마라톤클럽 동호인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달린다. 매주 일요일 오전 6시30분에 금오산 주차장을 출발, 자연학습원~금오산호텔~ 형곡 전망대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는 13㎞ 코스를 달린다. 회원들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이 코스가 힘은 들지만, 마라토너들에게 최적의 자연환경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물리학 박사로 대기업에서 CEO로 지냈으며, 구미 금오공대에서 지능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다가 퇴직을 했다. 현재는 구미에 있는 삼주하이테크에 기술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아내와 10㎞정도의 가벼운(?)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권씨는 살아오면서 미칠 만큼 정신과 몸을 투자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물리학에 미쳐서 평생을 바쳤고, 둘째 아내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셋째 마라톤에 미쳐서 즐거움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권씨는 구미 마라톤클럽의 초대회장으로서 구미 마라톤의 뿌리를 단단하게 다졌다. 지난 8월 말에는 구미 마라톤협회 20주년 행사를 치렀다. 20여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120여 명으로 늘었다. 구미마라톤클럽의 정회원이 되려면 누구든지 가입은 할 수 있지만 엄격한 규칙이 있다. 3개월간 준회원 자격으로 70% 이상의 출석을 해야 하며 인성도 평가 대상이 된다. 여기에 합격하면 회장단의 심의를 거쳐 구미마라톤클럽의 유니폼 증정식을 통해 비로소 회원이 된다. 회원들은 3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같이 땀을 흘리고 한솥밥을 먹는 식구처럼 격식이 없고 활기차 보였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를 200회 이상 완주한 권씨에게 풀코스 완주 비법을 물었다. 권씨는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으로 군중심리에 휩쓸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중도에서 포기하는 것보다 자기 체력에 맞는 속도로 달려서 늦더라도 완주하는 데 목적을 두고 뛰어야 한다”고 했다.

회사생활을 할 때 골프, 헬스, 자전거 등을 두루 즐기면서 열심히 해봤지만, 최종적으로 마라톤을 선택한 그는 삶의 재충전에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달려서 건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마라톤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데 긍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경주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권씨는 200회, 장씨는 100회 완주 기념을 회원들이 축하해 줘 뜻깊은 날이었다고 했다. 오는 10월27일에 있을 춘천 마라톤대회에서 권씨는 3시간10분대, 장씨는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체력과 속력이 떨어져 풀코스 완주가 쉽지 않지만 권씨는 꾸준한 자기관리로 지금도 전성기 때의 기록에서 10여 분 늦은 정도다.

권씨는 마라톤을 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달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전국을 달리면서 지역의 문화를 알게 되고,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보고 책 두 권 정도 원고를 정리하게 됐다고 했다. 부부는 오늘도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길을 달리며 역사를 배우고 건강을 유지하며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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